[단독] 농심, 전범기업 미쓰비시은행과 수백억 규모 ‘수상한 계약’

이포커스
|
2022.05.20 오전 10:57
|

[단독] 농심, 전범기업 미쓰비시은행과 수백억 규모 ‘수상한 계약’

CG/곽유민PD
CG/곽유민PD

[이포커스 곽도훈 기자] 국내 대표 식품기업 농심이 일본 전범 기업들과 장기간 수상한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농심은 신라면, 새우깡 등으로 약 60년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기업인데요. 하필 국민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은 동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20일 이포커스 취재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2017년 10월께 미쓰비시 그룹 계열 미쓰비시은행과 모종의 약정을 맺었습니다. 규모는 2000만 달러 (한화 250억원)입니다.

미쓰비시 그룹은 일제강점기 당시 앞장서서 강제 징용을 했던 기업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대법원에서 이례적으로 배상 판결을 낼 정도의 대표적인 전범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국민기업 농심이 전범 기업의 돈이 유통되는 미쓰비시은행에 돈을 빌리고 이자를 주려 한 것인데요. 다만 아직은 대출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계약이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아지노모도에 미쓰비시까지..비판 시작되면 “몰랐다”

농심 사업보고서

농심과 미쓰비시은행과의 약정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사가 맺은 계약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좌차월 등의 ‘마이너스 통장’식의 거래는 아니고 수입 L/C(Letter of Credit, 신용장) 계약으로 보입니다. 수입자의 요청으로 수출자와의 사이에서 은행이 보증을 서주고 돈을 받아 넘겨주며 때로는 대신 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이같은 행위로 은행은 각종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이자를 받게 됩니다.

문제는 전범 기업과의 협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농심은 지난 2007년부터 일본 아지노모도와 계약해 스프 ‘보노’를 판매하고 있는데, 아지노모도는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어린 소녀들을 근로정신대로 착취했고 중국 해남도에서 1000여 명의 조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발표한 전범기업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아지노모도와 함께 ‘아지노모도농심푸드’라는 합작법인을 세우고 경기 평택에 스프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지노모도가 전범 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비판에 휩싸였는데, 이때 농심은 “전범 기업인줄 몰랐다. 당황스럽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농심 창업주 故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의 창업주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어 회사입니다. 때문에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보노 스프 판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농심, 국내 버리고 국외로?··왜 이러나

‘아지노모도농심푸드’ 지분 구조/CG·이포커스TV

농심은 왜 이처럼 전범기업들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를 두고 농심이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를 느끼고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때 농심의 라면 점유율은 70%까지 올라갔지만 2014년 이후 각종 사건으로 혹평을 받으며 점유율 50% 이하로 무너졌습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었고,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를 내세웠던 김기춘 전 국정원장이 농심의 법률고문으로 일하며 월 1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0년에는 신라면 국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했고 오뚜기, 삼양 등 다른 라면들이 잘 팔리며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농심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이라도 협력한다는 입장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이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저희는 전범 기업들하고만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웰치스, 멘토스 등 글로벌적으로 제품력이 좋은 기업들과도 함께 사업을 한다. 한국에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지노모도 때는 몰랐다..이번에는?

농심은 2017년 말부터 4년 6개월여간 미쓰비시은행과 2000만달러 규모의 약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대출은 아직 실행된 적이 없어 실질적으로 미쓰비시은행에 넘어간 이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약정이 유효하다는 것은 언제든 대출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농심과 미쓰비시 사이에 사업에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장을 썼으니 대출 계획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민기업 농심이 전범 기업과 협업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국은 강제 병합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아직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최근 전범 기업과 함께한 농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데에 대해 의식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판단해 약정을 맺은 것일 뿐이고, 저희가 직접 대출을 받은 상황이 아니라 상관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약정을 맺은 것이 미쓰비시은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질문에 “실제로 돈이 오고 간 게 아직 없으니 관계 없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곽도훈 기자 kwakd@e-focus.co.kr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3
+1
1
+1
1
+1
23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