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 지방은 일반적으로 관광을 위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은 아닌 편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거리는 가깝지만 한 번에 올 수 있는 직항편이 거의 없고 도쿄나 오사카처럼 인구수가 많은 대도시도 주변에 없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꽤나 매력적이고 또 새로운 장소들을 항상 만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오모리 여행을 갔을 때 방문했던 하치노헤라는 곳은 공업 도시이자 어촌이 발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오모리현 자체가 처음 방문이었기 때문에 가는 장소들마다 새롭고 도시와는 다른 정겹고 따스한 느낌이 참 좋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장소는 하치노헤에 위치한 작은 섬이었으나 현재는 혼슈와 연결이 되어 본토로 지정된 카부시마(蕪嶋)라는 곳이다.

카부시마는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많이 알려진 장소로 카부시마 신사, 그리고 리쿠추 해안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어 공원을 따라 여유로운 산책은 물론 주변으로 드넓은 바다와 전망대, 그리고 등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특히 카부시마 주변의 관광지들은 해안 순환버스를 타면 대부분 쉽게 도착할 수 있어 굳이 렌터카를 대여하지 않아도 뚜벅이 여행객들도 비교적 용이하게 찾아올 수 있다.

지금이야 본토로 불리고 있지만 예전엔 작은 섬이었기 때문에 무역과 어업이 발달했었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현재에도 선착장 주변으로는 여러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은 물론 생선이나 해초류를 건조시키는 어촌의 전형적인 풍경도 마주할 수 있어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이렇게 카부시마 해안을 걷다 보면 제주도의 오름처럼 봉긋 솟아오른 낮은 언덕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곳은 카부시마 신사가 위치한 곳으로 이곳을 포함 주변은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다.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모이기 시작해 8월 중순까지 약 3만 여 마리의 갈매기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조금은 이른 시기라 괭이갈매기 무리까지는 아니지만 몇몇 갈매기들의 모습은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수많은 갈매기 무리를 볼 순 없었지만 조금은 따뜻한 날씨 덕분에 드문드문 갈매기들이 지내는 광경이 함께 하였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에게 무뎌져 가까이 다가가도 위협하거나 도망가지 않아 마치 이 지역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카부시마 신사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엔 작게 설치된 나무 지지대에 나무 글귀인 에마도 매달려 있었다. 보통 일본의 각 신사에서 건강이나 학업, 연애 등 다양한 목적으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원하는 명판이며 크고 작은 사찰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는 모습이다.

카부시마 신사로 오르는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두 개의 붉은 도리이를 지나가야 하고 걷다 보니 느껴지는 사실이지만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인 ‘날씨의 아이’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

참고로 괭이갈매기가 서식하는 6-8월 사이에 방문할 때에 신사로 올라가는 길은 하늘이 까매질 정도로 갈매기 떼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그로 인해 하늘과 땅 어디서든 똥이 넘쳐나기 때문에 되려 이렇게 한적할 때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계단을 오르는 중 눈에 보이던 안내문, 자세히 살펴보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당시 아오모리도 사정권이라 해안 주변인 하치노헤, 그리고 카부시마 신사까지 영향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이 장소 또한 쓰나미 피해가 있었던 지역으로 그 당시 계단 중앙에 표시된 곳까지 물이 차올랐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큰 피해였는지 이 위치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략 가늠이 되었다.

언덕 끝엔 또 하나의 붉은 도리이가 있고 괭이갈매기의 서식 기간을 피해서 방문하면 평소의 사찰과 다름없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고 이 곳은 한없이 고요하고 정적이었으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가져다주었기에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카부시마 신사의 끝에 서서 뒤돌아본 하치노헤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언덕 위엔 신사를 대표하는 갈매기의 동상과 함께 입과 손을 씻을 수 있는 데미즈야가 있고 야외이고 작은 규모이지만 대부분의 사찰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작은 어촌 시골마을의 고즈넉한 경치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이 곳이 마치 작은 전망대의 느낌이라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도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카부시마 신사는 언덕이 산처럼 되어 있는 형식이라 사계절 모두 다른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물든 언덕을, 여름엔 초록 녹음과 어우러져 하얀 갈매기 똥이 전체를 감싼 이 곳만을 대표하는 풍경을, 가을에는 다소 쓸쓸한 느낌을, 겨울에는 지리상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새하얀 세상의 신사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카부시마 신사 근처에 위치한 작은 휴게소엔 하치노헤의 여러 관광 정보는 물론 마츠리 축제 등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살펴보고 팁을 얻어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내부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음료 하나 뽑아 잠시 앉아서 쉬며 카부시마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기에도 좋을 듯하다.

떠나기가 아쉬워 잠시 해안가 그리고 선착장을 따라 걷던 중 괭이갈매기를 포함해 몇몇 갈매기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앞서 말한대로 이들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것에 대해 면역이 생긴건지 반경 1m 이내로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진으로 아주 가깝게 담아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무리들과 떨어져 이렇게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서식지에 도착한 상황이니 건강하게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카부시마 내에서도 괭이갈매기가 천연기념물이라 개체 보호를 위해 번식이나 건강에 신경을 쓰듯 발에 철로 관리된 듯한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그 노력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갈매기들이 언제나 안전하게 와서 쉬는 고향 같은 장소이자 색다른 일본 소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하치노헤 카부시마의 풍경은 아오모리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기에 특히 여름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3만 여 마리의 괭이갈매기 무리가 생활하는 독특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장소를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 더욱 많은 이야기와 재밌는 스토리를 알아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지톨의 여행 한 스푼’ 팔로잉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오모리 여행 갈매기의 천국 하치노헤 카부시마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