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딸 묻지마 폭행당한 母 “조현병 환자 피하려면 운좋아야” 울분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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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7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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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딸 묻지마 폭행당한 母 “조현병 환자 피하려면 운좋아야” 울분

(YTN 보도 갈무리) © 뉴스1

조현병을 앓는 20대 남성으로부터 14개월 아기를 묻지마 폭행당한 피해 엄마가 강력한 처벌과 법의 개선을 간곡히 호소했다.

피해 아동 모친 A씨는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당시 상황과 현재 근황을 자세히 공유했다.

앞서 지난 24일 YTN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김포시 운양동의 한 식당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B씨가 유아용 의자를 넘어뜨려 A씨의 딸(1)을 다치게 했다.

이에 분노한 A씨의 남편은 순간적으로 분노해 B씨를 따라가 뒤통수를 두 차례 때렸다가 폭행 혐의로 지난 4월 경찰에 송치됐다. 이 사고로 A씨의 딸은 뇌진탕(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하며 A씨 가족을 위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왜 아이를 바깥에 앉혔냐”, “아이가 소란스럽게 한 거 아니냐” 등의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A씨는 “일부러 식당 제일 구석에 앉았고, 유아용 의자를 벽 쪽에 놓으려 했으나 기둥 때문에 의자가 들어가지 않았다”며 “밥 먹을 때도 아이가 소란스럽게 할까 싶어 아이에게 안 좋은 걸 알면서도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여줬고, 음량도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아이가 소란스럽게 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묻지마 폭행당할 만한 이유가 되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난 아이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뒤에서 다가오는 가해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말릴 시간도 없이 당했다”면서 “5세 큰 아이도 동생과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앉아있어서 그 광경을 그대로 목격했고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고 후 가게 사장의 빠른 대처 덕분에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다. 그러나 구급대원 측은 “코로나 환자 때문에 근처 큰 병원 응급실은 소아 외상환자를 받지 않는다”며 “다친 아이를 태우고 김포에서 평택까지 가게 될 수도 있으니 집에 가서 안정을 취하라”라고 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갔지만 그날 밤은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서 아이를 지켜보며 눈물과 고통 속에 끔찍한 밤을 보냈다”며 “안 그래도 RH- 혈액형인 아이가 더 크게 다쳤더라면 어쩔 뻔했는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이가 밤에 못 자고 보채기만 해도 그 사고 여파인지 계속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가 클 때까지는 살면서 계속 그럴 것 같다”며 “나 역시 불면, 불안, 과민,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계속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심리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 B씨 측 부모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 (YTN 보도 갈무리) © 뉴스1

또 A씨는 사건 이후 한동안 외식은커녕 아이들을 동반한 간단한 외출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모차를 밀고 가다가 누군가 뒤에서 다가와 길을 묻는데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한 날도 있었다”고 했다. A씨의 남편은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 직장에는 경위서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가해자 B씨의 모친은 처음과는 달라진 태도로 “우리 아들도 옆 환자를 때려 퇴원 당하는 등 A씨 남편 때문에 증세가 심해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로 고소 취하하고 치료비도 각자 부담하자”고 제안했다는 것.

A씨는 “이게 맞고소의 목적이었다. 뒤통수 두 대 맞아서 조현병이 더 악화됐다고요? 그럼 자기 키보다 높은 의자에서 패대기 처진 14개월 아기는 어찌 되냐. 왜 우리 가족이 이런 피해를 겪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그는 “변호사사무실 몇 군데 연락해봤지만 아직 우리나라 법으로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라며 “처벌해봤자 벌금 수준이고 가해자 가족의 합의 의사가 없으면 손해배상 또한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남편은 딸이 눈앞에서 습격당해 쓰러지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고소 당했다”며 “정신질환자 가족은 보호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식당에서 돌아다니게 하다가 이런 사고를 일으키게 했는데도 아무 책임을 묻지 못한다. 도대체 누굴 위한 법이고, 그 법으로 구현되는 정의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분노했다.

끝으로 A씨는 “아직도 조현병 환자 B씨는 길거리를 활보하고 식당이나 카페도 갈 거다. 입원했다가도 원할 때 퇴원하면 그만이니까”라며 “그럼 또 어떤 어린아이들과 약자가 우리 아이처럼 피해당할지 모를 일이다. 그저 운 좋게 안 만나길 바라고 살아야 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이번처럼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처벌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심신미약을 방패 삼아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적어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법과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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