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풍경 중 하나. 카와 이젠”

2018년 인도네시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화산 투어였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 위에 자리한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브로모–이젠 화산 투어를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와 단둘이 다녀왔다.

이젠 화산은 가는 길도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피어 오르는 독성 유황가스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산성 칼데라 호수로 유명한 화산이다.
정말 고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힘들기에 더 값진 여행지가 있다.
바로 여기 브로모–이젠 투어가 그러했다.

-2018년.9월 여행기입니다–

카와이젠은 브로모와 함께 자바 섬의 대표적인 활화산으로 브로모 산에서 약 80km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젠 화산 투어에 앞서 우리는 브로모 화산 투어를 했었다. 족자카르타에서 부터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달려 몇 시간 잠도 못 자고 곧바로 시작된 새벽 브로모 화산 일정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프로볼링고에 있는 중간 집결지 (사무실)로 돌아가 행선지 별로 여행자들이 나뉘어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또 기나긴 탑승이 시작된다.

프로볼링고 에서 이젠 까지는 약 6-7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자카르타–브로모까지 12시간 정도 이동했던걸 생각하면 그래도 이번 구간은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더 많은 여행자들이 미니버스에 탑승했고 인원이 많다 보니 여전히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이젠 투어 숙소. Catimore Homestay Blawan 정원에 온천과 수영장이 있는데 도저히 들어가고 싶지 않은 상태였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이젠 투어 숙소가 가까워 오면서 좀 더 아름다운 산속 풍경으로 바뀐다.
국립공원 같은 느낌의 산길을 넘어 작은 마을들을 지나는데 마을이 너무 아기자기했다. 그리곤 국립공원에 접어든 다음 또 한참을 달려 저녁 6시쯔음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면 편안히 쉴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숙소 상태를 보곤 정말 절망이었다.
지금껏 여행하면서 만난 숙소들 중 정말 최악의 숙소였다.
이런 열악한 시설일 줄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마음 단단히 먹고 투어를 시작했는데도 막상 도착해보니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진 상태라 주변 식당을 찾기에도 힘들었다. 브로모 이젠 투어를 계획한다면 별도로 비상식량 정도는 챙겨가길 추천한다.

이젠 화산 투어엔 블루파이어 투어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블루파이어는 섭씨 600도의 온도에는 균열이 발생해 연소된 유황가스에서 생성되는 푸른 불빛을 말한다. (유황의 표면이 화산의 고열로 인해 녹으면서 생긴다고 함)
푸른색 불꽃이 최고 5m까지 올라가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신기하고 마법 같은 풍경이기도 하고 이젠 화산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블루 파이어가 생성되는 곳이라 상당히 유명한 트래킹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루파이어를 보려면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나 블루파이어를 보고 나서
이젠 화산 분화구, 칼데라 호를 보고 하산하며 마무리가 되는데 유독가스가 상당해서 방독면 마스크가 필수고 새벽 2시는 그냥 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시간대의 아이와의 산행은 위험요소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정도 충분히 힘들었기에 아이를 깨워서 함께 주변이 온통 어두운 새벽부터 등반하는 건 무리였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너무 가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혼자였으면 분명 갔을테지만 말이다.

미니버스에 함께 탔던 일행들 중 대부분이 새벽 2시에 기상 후 블루파이어 투어를 나갔고 우리는 새벽 5시쯤 일어나서 이젠 화산 분화구와 칼데라호를 보기 위한 산행을 준비했다.(브로모에서는 숙소에 짐을 놓고 투어 하고 돌아와 짐을 꾸렸지만 이젠에서는 모든 짐을 가지고 차에 보관 후 투어를 진행한다) 하지만 게으른 기사 아저씨는 우리가 깨울 때까지 늦잠을 주무시고 계셨고
부랴부랴 우리를 차에 태워 카와이젠 트래킹이 시작되는 입구에 내려주셨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기에 처음부터 맘을 단단히 먹고 올라가야하고, 등산로 자체가 화산재 먼지로 가득해 미끄러지기 쉽다 주의하시길!

이젠 산행은 입구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올라간 후 화산 정상에서 분화구 아래로 칼데라 호 감상하는데 약 1시간 다시 하산하는데 1시간~1시간 반 정도.
보통 총 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산 중턱의 간이 휴게소, 까와이젠의 유황을 채취하는 인부들의 휴게소이며 분화구에서 가져온 유황의 무게를 측정하는 곳이다.

이 휴게소 건물이 있는 곳까지는 거의 흙바닥에 경사진 길을 힘겹게 올라가게 된다.
주변 풍경도 별거 없어서 재미도 없는 길이 이어지는데 딱 이 건물을 지나면서 점점 더 예쁜 풍경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진다. 혹시 이젠 산행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힘든 건 딱 여기까지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점점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봉우리 옆으로 가득 흐르는 운해와 화산이 주는 풍요로움을 그대로 머금은 땅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생각은 점점 사라져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걷는다는 건 힘듦의 정도가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로도 너무나 신나게 놀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장군이.
너무너무 재밌어하고 완벽하게 산행에 적응한 모습에 나 역시 덩달아 신나고 뿌듯해졌다.

이젠 화산은 걸어서 오를 수도 있지만 사람이 끄는 리어카에 탑승해서 편하게 오를 수도 있다. 중국인들 몇몇이 그렇게 올라가는 걸 보긴 했었다.
걸어서 오르기도 힘든 산을 사람을 태우고 올라가다니. 하지만 인도네시아 인부들에게는 이 또한 생계를 이어가는 수입원 중에 하나라는 사실에 또 마음이 아릿해진다.

그리고 카와 이젠 화산의 분화구가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젠 화산을 오르면서도 내 맘엔 브로모 화산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에
이젠화산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로모, 이젠 중에 굳이 한 번 더 가고 싶은 화산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젠을 택할 것 같다.

브로모산이 ‘신의 산’이라면 이젠 화산은 ‘불의 산’으로 불린다.
나는 이 표현이 정말 맞는다고 생각한다.
브로모는 아름답고 멋진 비주얼 담당이라면 카와 이젠은 역동적이고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었다.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그렇게 멋진 화산을 품고 있을 거라곤 예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면 엄청난 반전 매력이 펼쳐진다.

독성 가스를 뿜어내고 있어서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 문구가 보이는데 이젠화산에서 볼 수 있는 건 유황가스와, 칼데라 호뿐만이 아니었다.

화산의 독성 가스는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해 주는 수단이 되기도한다.

호수 가장자리 근처에는 황의 형성을 가속화하기 위한 세라믹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채취된 유황은 비료, 살충제, 미용 제품, 세제, 세정제,
방부제, 화약, 강철, 고무 등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작은 황 조각도 너무나 소중한 자원이고 이들에게는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이 된다.

그들은 한 번에 60~80 킬로그램의 짐을 나르는데
킬로그램당 900~1000 IDR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한화 70~80원 ㅜㅜ)

우리에겐 아름답고 경이로운 광경을 보기 위한 관광지인데
그들에겐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젠 화산의 경이로운 풍경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카와이젠 광부들의 어깨에 짊어진 노란 유황 덩어리의 무게는
여전히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리고 드디어 샛노란 유황과 옥색 빛 칼데라 호수가 이루어내는 광경이 눈앞에 조금씩 펼쳐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파르고 위험천만인 이젠 화산 분화구엔 온통 유황 연기로 가득했고 칼데라호 전체 모습도 보기 힘들었고 내가 내딛고 있는 발 한 치 앞의 시야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장군이는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들이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했지만 아이와 여행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 이젠 화산 투어는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풍경 중 하나라 했던가!
조그만 아이의 눈에도 이젠 화산이 뿜어내는 아우라를 그대로 느끼고 온 듯했다.
장군이는 이번 여행 일정에서 가장 좋았던 곳으로 카와 이젠 트래킹을 1등으로 뽑았다.

이젠 화산에서 유황을 캐고 담아서 운반하는 과정은 극도로 힘든 노동이다.
그들은 충분히 안전한 보호장비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힘든 노동에 대한 적당한 보수도 받지 못한다. 우리 눈에 예쁘지 않고 쓸모도 없어 보이는 이러한 기념품을 파는 것은 그들의 적은 임금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크기나 모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1~2천 원부터 시작되는 가격)
혹시 이 여행기를 읽고 이젠 화산을 방문한다면 당
다필요 유무에 상관없이 기꺼이 그들을 위해 작은 기념품 하나 구입해 주면 좋겠다.

칼데라호에 조금 더 가까이 가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보기 위한 투어는 기상, 시간, 컨디션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만 하고 무엇보다 건강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기 때문.

그리고 힘들게 올라갈 땐 미쳐 감상하지 못했던 이젠 화산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화산 분화구들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젠 화산은 하산하면서 보이는 풍경까지 힐링이었다.

브로모 이젠 투어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화산을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족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에서 그렇게 힘들게 며칠씩 걸려가며 보러 오는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 화산 투어!
그 정점에 브로모 와 카와이젠이 있다.

아이와함께하는 세계여행 이야기, 프란의 더욱 다양한 여행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모바일 검색창에 @프란 을 검색해주세요!

아름답고도 위험한 불의 산 인도네시아 카와 이젠 트래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