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나파 밸리(Napa Valley)’란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겁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역이죠. 할리우드가 있는 LA(로스앤젤레스)와도 멀지 않은 만큼 다수의 와인 영화에 단골로 등장해왔고요. 테이스팅룸을 갖춘 500여개 와이너리를 포함해 170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자리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인기 근교 여행지

캘리포니아 특유의 뜨거운 햇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와 안개, 비옥한 토양이 만나 균일하고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기로 유명합니다.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부터 피노 누아, 샤르도네, 메를로, 소비뇽 블랑, 진판델을 생산해요.

이웃한 소노마 지역은 보다 한적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로 함께 방문하기에 좋은 와인 투어 지역인데요. 이를 포함하면 선택의 폭이 더욱 다양해서 며칠을 둘러봐도 끝이 없을 정도죠.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 투어 프로그램이나 렌트카를 이용해 하루 당일치기로도 많이 다녀오고요. 와인에 관심이 많다면 2-3일을 머무르며 특색 있는 와이너리를 둘러봐도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와인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명성 높은 프리미엄 와이너리부터 와인에 관심 없는 여행객도 흥미롭게 구경할 만한 엔터테인먼트형, SNS 인증샷 찍기 좋은 비주얼 형 와이너리까지 라인업이 무척 다양합니다. 나파다운타운에서는 앤틱 와인 열차를 타고 세인트헬레나까지 약 3시간 가량 왕복하며 와인과 식사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인기입니다. 차량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와인 테이스팅을 마음껏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적합하죠.

보통 하루에 3-4곳을 투어 하며 시음할 수 있는데요. 남쪽 나파 다운타운에서 세인트헬레나, 욘트빌, 칼리스토가까지 이어지는 북쪽 계곡까지 차로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이기 때문에 정보를 찾아보고 취향에 맞게 미리 동선을 계획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발 닿는 대로 괜찮은 곳을 들리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주말과 여름 가을 성수기에 무척 붐벼서 예약이 대체로 필수인 데다 팬데믹을 거치며 보다 강화되었거든요. 여행객이 주로 찾는 인기 와이너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카스텔로 디 아모로사 (Castello di Amorosa)

온천으로 유명한 칼리스토가 지역에 14세기 중세 이탈리아 토스카나 스타일의 성채를 재현해 놓은 와이너리입니다. 중세 건축 매니아이자 와인 메이커인 ‘다리오 사투이(Dario Sattui)’가 무려 15년에 걸쳐 만들어 2007년에 문을 열었지요. 해자와 도개교, 5개의 성탑까지 역사가 2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중세에 만든 것 마냥 한땀 한땀 고증하고 디테일에 공을 들여 만들어서,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관광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홀 벽면에는 프레스코 벽화가 가득하고, 중세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채플, 대체 이게 왜 있나 싶은 지하 무기고, 고문실, 마구간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공수해 온 현지 석재와 묵직한 벽돌로 아치를 쌓아 만든 회랑으로 둘러싸인 코트 야드는 유적지를 방불케 해요. 와인은 거들 뿐 어른들의 디즈니랜드, 어른을 위한 테마파크 같은 와이너리인 셈이죠. 성 바깥 쪽에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잔디 정원에 닭, 염소 등 목장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지하 마켓에선 와인은 물론, 포도씨 오일 제품부터 다양한 아름다운 디자인 상품들을 팔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펙타클한 볼거리와 인기 때문에 입장료가 캘리포니아 테마파크만큼 매년 상당히 가파르게 오르는 게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5가지 와인 스탠딩 테이스팅이 포함된 입장료가 성인 1인당 50달러입니다. 좌석에 앉아 테이스팅하면 60달러고요. 어린이는 25달러입니다. 상당하죠? 두 사람이 방문하면 100달러는 그냥 들어가는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파밸리 와이너리의 엔터테인먼트 감성을 느끼기엔 꼭 한 번 방문해볼 곳입니다.

2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Robert Mondavi Winery)

캘리포니아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는 나파밸리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데요. 나파밸리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세인트 헬레나 지역에 1966년 문을 열었습니다. 인근 UC데이비스 대학(UC DAVIS) 대학과 협력해 와인 메이킹에 현대적인 기술을 도입하고 고급화하는데 앞장서온 걸로 유명해요. 입구의 커다란 로버트 몬다비 얼굴 조각상에는 ‘It’s only the Beginning’ 이라는 멋진 문구가 새겨져 있어요.

나파밸리에서는 최초로 와이너리 투어를 시작했고요. 아늑하고 푸른 정원에선 여름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합니다. 대표 품종은 카페르네 소비뇽. 바로 맞은편에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오퍼스 원(Opus One)’이 자리 잡고 있어요.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 샤토 무통 로칠드가 합작해 만든 프리미엄 와이너리죠. 아무래도 한국에 들어오는 가격보다 현지에서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기념으로 한 병씩 사가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3 샤토 몬텔레나 (Chateau Montelena)

1976년에 있었던 ‘파리의 심판‘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11명의 평론가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기존의 전통 있고 콧대 높은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샤토 몬텔레나의 샤도네이를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해, 세계 무대에서 나파밸리의 위상을 급상승 시킨 와이너리예요.

1882년에 문을 연 이 곳은 영국의 성을 닮은 돌벽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열과 추위로부터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데 도움이 된다고요. 샤토 몬텔레나의 와인은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에 선정돼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도 전시돼 있어요. <보틀 쇼크>라는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4 베린저 빈야드 (Beringer Vineyards)

독일에서 이민 온 베린저 형제가 1876년 세운 와이너리로, 금주령 시대에도 미사용 포도주를 생산하며 와인의 명맥을 유지한 곳입니다. 역사가 전해지는 메인 건물인 ‘라인 하우스‘와 아름다운 정원이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에요.바로 옆에는 미국의 탑셰프들을 배출한 요리사관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그레이스톤 캠퍼스가 이웃하고 있어요. 1층 베이커리와 기념품 숍을 볼 수 있지요.

5 부에나 비스타 와이너리 (Buena Vista Winery)

소노마 지역의 부에나비스타 와이너리는 무려 1857년에 문을 열어 캘리포니아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지로 불립니다. 고풍스러운 담쟁이 덩굴 건물과 역사를 보여주는 장식품이 곳곳에 진열돼 있어요. 몇 년 전 캘리포니아 초대형 산불이 났을 때 와이너리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아무일 없다는 듯 예전의 평화를 되찾았으니 안심하고 방문해도 좋습니다.

와인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근교여행 나파밸리 와이너리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