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 출입문 앞. 이른 새벽부터 ‘목욕합니다’라고 적힌 하얀색 입간판을 세울 만도 하지만 영업하지 않으니 사계절 요란스럽지 않게 당시의 업종을 홍보하는 것은 상호만 남은 굴뚝입니다.
3월 중순을 넘기면 때수건이 아닌 똑딱이 카메라를 챙겨와서 종로구 삼청동에서 직접 보고 담아 가거나,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타인의 블로그에서 알리는 개화 소식을 접했던 목련화. 지금은 조용히 고별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던 업종의 영업이 종료되었거나 용도가 변경되었지만 봄이 시작되고 꽃이 필 무렵에 생각나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서울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북서울꿈의숲입니다.

교통카드가 아닌 버스 회수권을 사용했던 시절에는 이곳에 바이킹을 포함해 20종 이상의 놀이시설을 갖춘 드림랜드가 있었습니다.
당시 강북지역의 학교에서 사생대회도 열 겸 선택하는 단골 소풍 스폿이었고,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던 지명을 미아사거리가 아닌 미아삼거리로 불렀던 세대들은 여름이면 옥외수영장도 개장했었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위락시설 및 놀이 기구가 낙후되면서 입장객 감소로 이어지는 어려움이 지속되자 드림랜드는 폐업을 결정했고, 2009년 가을에 시민들을 위한 녹지공원 ‘북서울꿈의숲’으로 재탄생합니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놀면 뭐하니?로 이어지며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는 토요일 황금시간대에 우린 볼 것도, 즐길 것도, 주문할 것도 많은 2023년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린 찬 바람에 텅 비었던 공원 내 벚꽃길 벤치는 봄기운을 만끽하려는 상춘객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기대어 갈 귀한 쉼터가 되었습니다.
벚꽃보다 먼저 개나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주의’ 하라며 주요 시설물에 적용하는 노란색이지만, 개나리의 노란색은 봄날의 ‘기대’와 ‘희망’을 전하는 듯 보입니다.
꽃을 보며 좋아지는 기분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서울 번동 ‘창녕위궁 재사’가 북서울꿈의숲 내부에 있습니다. 전통 한옥의 사랑채는 원형 그대로 남아있지만 안채만 6.25전쟁으로 파괴되어 이후 복원되었다고 알립니다.
순조와 순원왕후의 차녀가 되는 복온공주가 13살이 되던 1830년 4월에 삼간택을 거쳐 선택한 김병주를 부마로 맞이하며 창녕위에 봉했지만 혼인 2년 만인 1832년 열다섯의 나이로 복온공주가 요절합니다.
훗날 복온공주와 김병주가 합장되었으며 두 사람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축물인 재사와 왕족의 살림집을 겸하고 있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안채와 사랑채가 나란히 자리한 집의 구조가 순조의 셋째 딸인 덕온공주의 집과는 달라서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4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ㄱ, ㄴ, ㄷ, ㄹ, ㅁ이 숨겨있는 듯 직각으로 꺾인 석교는 밝은 달을 비춰볼 수 있다는 월영지를 알아가는 좋은 위치이며, 4월부터 분수 가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1일 7회씩, 매시 정각부터 30분간 월영지 분수가 가동합니다. 연못 주변의 경관 조망을 고려한 난간이 없는 구역에서는 아이 동반 가족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철 과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서 다회 용기에 담아 오거나 포장한 도시락을 선택해도 메뉴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먹으면 꿀맛이 되는 피크닉 장소입니다.
다음 이용자를 위한 테이블 정리나 용기 분리배출을 위해 분리수거함을 이용하는 것은 쾌적한 숲을 사랑하는 도시樂을 아는 사람들의 선택입니다.

2022년 가을에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식물, 생명, 경관, 도시가 상호 연결된 정원문화를 이야기 하고, 기획된 정원 콘텐츠를 시민정원, 작가정원, 학생정원, 팝업가든으로 분류하여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하얀 바람’이라는 작가정원은 하얀색 선형의 구조물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배치해 바이킹이나 회전목마 등을 이용할 수 있었던 과거 놀이공원의 역동적인 이미지도 함께 담았습니다.
공원에서 바라볼 때 정원은 너른 들 위에 놓인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이 된다고 남긴 한 줄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5명의 팀원이 뜻을 모아 완성시킨 학생정원입니다. ‘예지몽’이라는 정원 이름을 붙였습니다.
정원처럼 꿈도 심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결국 꿈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하얀색 커튼을 통과하여 와닿는 작은 정원은 곧 진정한 꿈을 찾던 장소가 된다고 소개합니다.

다른 나무보다 부지런히 잎이 돋고 봄의 시그니처 컬러를 전하는 능수버들은 방문자들을 무언으로 포옹하는 모습입니다.
원하던 봄 풍경에 아직 부족함이 있어도 이해하며 월영지를 바라보고 앉아서 고민 없이 푹 쉬고 가라고 바람이 일면 버들잎은 공중에서 살랑살랑 토닥거립니다.
작게 보이겠지만 5개의 하얀색 파라솔이 설치된 곳이 카페테라스입니다. 경사면에 마련된 특별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면서 숲과 가까워지는 만남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참고>풍경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그늘막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옥상 면적에 맞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듯 보이는 ‘꿈의숲 아트센터’는 1층에는 갤러리, 2층 퍼포먼스홀, 3층 콘서트홀을 갖추고 있습니다.
콘서트홀은 성악, 합창, 기악 등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휠체어석 3석 포함해 총 301석의 객석을 마련했습니다.
연극, 무용, 국악, 뮤지컬 공연 등이 가능한 퍼포먼스홀은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단이 없어 공연자는 관객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특별공연이 퍼포먼스홀에서 열립니다. LED 레이저 등 특수 장비를 활용한 다채로운 레이저 무브 아트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이동 약자를 위한 편의 시설인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실내와 실외 각 1기씩 설치되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푸니쿨라가 비슷한 방식으로 운행됩니다.
중간 지점을 지나며 경사면 각도 변환에 따른 기계음이 잠시 발생할 수 있고, 67미터 경사면 이동 속도가 느린 편이라서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빠를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북서울꿈의숲에서 가장 시원한 장소 전망대 하부홀입니다. 내부에 미니 도서관이 있는데 선택 가능한 도서도 많고, 몸을 기대고 앉아서 읽어볼 수 있어 최적의 장소입니다.
전망대 상부홀까지 이동하는 실내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136개의 계단이 바로 옆에 있는데 보면 아찔합니다.
오르다가 지칠만한 위치에 푹신한 의자 4개를 마련했으며 계단을 모두 밟고 상부홀에 도착하면 20.4칼로리가 소모되고, 건강 수명은 544초 연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꿈의숲 아트센터의 대표적인 편의 시설인 전망대는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층에 입점되어 있었던 카페는 운영 종료되어 이용할 수 없었지만, 전망홀(3층)과 옥탑 전망대(4층)는 이용 가능합니다.
월요일에 휴관하며 개방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내려다보는 조망도 뛰어나 북서울꿈의숲 남서쪽에 위치한 전망대를 꼭 선택하게 되는데 3월 말에는 아트센터 길 건너편 오동근린공원 진달래 능선의 핑크빛 개화 상황을 살짝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3층과 4층 모두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는데 햇빛과 바람이 순환하는 옥탑 전망대를 이용하기 좋은 4월입니다.

잔디마당인 청운답원과 옥탑 전망대 이렇게 두 곳에서 바라보는 상상톡톡미술관의 느낌은 ’T’나게 다르네요. 전망대에서 보는 건축물의 모습은 비행을 꿈꾸는 경비행기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공원 내 녹지공간은 더 푸르게 푸르게 변할 예정이니 강북, 도봉, 성북, 중랑, 노원 그리고 조금 멀게는 동대문구에 사는 260여만 명 주민들의 봄 산책 코스로 선택되겠지요.

북서울 꿈의숲 동문과 가까운 위치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슴방사장이 있습니다. 꽃사슴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는데 읽어볼만합니다.
크기를 소개할 때는 어깨 높이를 기준으로 알리며, 사람의 발길이 드문 산에서 무리를 이루며 사는 꽃사슴은 방사장에서도 풀의 줄기나 연한 나뭇잎을 먹고 삽니다.
혀보다는 후각을 활용하여 먹어도 되는지 먼저 확인하는 꽃사슴이지만 안전한 보호를 위해 먹이를 주지 마세요.
뿔이 난 수컷을 볼 수 없었지만 뿔이 자라고 굳어지며 각질화되어 떨어져 나가는 뿔갈이를 해마다 반복한다고 하네요.

벚꽃길을 따라 걸으면서 개화 상황을 보니 비 소식이 없다면 4월 첫 주말이 북서울꿈의숲 벚꽃도 절정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데칼코마니처럼 벚꽃이 만개한 벚꽃길과 애월정의 모습이 월영지 수면 위에 고스란히 투영된 모습도 멋스럽게 느껴질 테니 완연한 봄날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바로 이곳입니다.

대중교통 이용 안내
– 북서울 꿈의숲 서문
4호선 미아사거리역 3번 출구 인근 정류장에서 1124번,
1번 출구 롯데백화점 후문, 주차장 출구 건너편 정류장에서 강북05번 버스.

– 북서울 꿈의숲 동문
6호선 돌곶이역 3번 출구 인근 정류장에서 147번 버스,
1호선, 6호선 석계역 5번 출구 인근 정류장에서 성북14-1번 버스.

북서울꿈의숲 벚꽃길을 걸어보는 토토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