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여름휴가 계획 시작하는 분들 있으세요? 휴가지로 미국 서부를 고려한다면 여름이 매력적인 시애틀은 어떨까요. 스타벅스가 태어난 도시, 아마존의 본사가 있는 바로 그 곳. 커피도 맛있지만 신선한 물과 풍부한 홉으로 맥주는 더 맛있다는 고장. 그야말로 살면서 한번은 떠나보고 싶은 여행지이죠!

노스웨스트의 여행지, 시애틀

시애틀은 미서부의 북서쪽 끝 워싱턴주에 자리 잡고 있어요. 캐나다 벤쿠버와 국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요.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인천공항(ICN)에서 시애틀 공항(SEA) 사이의 직항 비행시간이 갈 때는 약 10시간 30분, 돌아올 때 약 12시간이 소요되죠.

반짝반짝 찬란한 여름날

시애틀 도심은 북위 47도 부근(서울 북위 37도)으로 훨씬 더 북쪽에 위치하다 보니, 여름에 해가 무척 늦게까지 떠있습니다. 저녁 9시가 지나야 지평선 밑으로 떨어지죠. 덕분에 여행자들은 여행할 맛이 납니다. 실컷 돌아다니고 놀고먹어도 아직 해가 떠있고 환하니 치안도 덜 불안하고요. 때문에 미국으로 여름 휴가를 생각한다면 시애틀과 주변 노스웨스트 지역 여행을 강력 추천합니다.

시애틀을 둘러싼 국립공원들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에는 3시간 이내로 방문할 수 있는 3개의 대형 국립공원(올림픽 국립공원, 레이니어산 국립공원,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어요.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로드트립과 도시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특히 여름 시애틀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저는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마운트 레이니어 내셔널 파크 Mount Rainier National Park)을 추천합니다.

시애틀의 명산, 레이니어

레이니어산은 최고 높이 4,392m 로 한여름에도 만년설을 얹고 있는 시애틀의 상징이에요. 시애틀의 대표 사진들을 보면 마천루가 늘어선 스카이라인 뒤로 하얀 눈 덮인 설산이 구름처럼 떠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꼭 도쿄의 후지산처럼 말이죠. 실제로 시애틀 사진을 처음 보는 사람들 중엔 일본 후지산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높이가 높다 보니 빌딩숲 뒤로 하얀 구름이 있는 건가 하고 다시 보면 거대한 산이란 걸 알게 돼요.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 워낙 높고 커서 가까워 보이지만, 다운타운에서 차로 약 2시간 반-3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약 170km. 얼추 <서울에서 양양> 거리이죠. 강원도 양양 바닷가에 자리잡은 설산이 서울 스카이라인 뒤로 우뚝 서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어마어마한 위용이 좀 실감되시나요?

한여름의 미국 알프스

레이니어산은 정상 부근에 만년설과 빙하를 얹고 있는 활화산으로, 7월에도 등산객이 걷는 트레일 옆으로 눈이 덮여 있어요. 7월 초에도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아 못 가는 길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이 때부터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나기 시작해 8월 초가 되면 천국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꽃 들판이 우거집니다. 마치 스위스 알프스처럼요. 그만큼 가장 인기있는 시즌.

하늘 위로 뾰족뾰족 쭉쭉 솟은 침엽수들이 감탄을 자아내고, 울창한 숲과 알핀 풍경에 도시로부터 찌든 마음과 얼굴이 절로 펴지는 기분이에요. 신선한 에너지와 산의 정기도 듬뿍 받고요.

레이니어산에는 수많은 트레일 코스가 있어요. 여행자들이 대체로 방문하는 인기 지역은 하이킹 천국이라고 불리는 ‘패러다이스‘ 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름마저 패러다이스(천국)이라고 지었을까? 실제로 가보면 ‘맞네,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네‘ 하게 됩니다. 이곳에는 유명한 ‘스카이라인 루프 트레일(Skyline Loop Trail)’ 과 ‘미를 폭포 트레일(Myrtle Falls Trail)’ 등을 만날 수 있어요.

여기가 천국 뷰, 패러다이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청량한 계곡 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지고, 티없는 하얀 구름이 빠르게 산 위로 올라가는 게 보입니다. 카렌다쉬 크레용으로 칠한 듯한 파스텔톤 하늘이 머리 위에 떠있고요. 한여름이어도 워낙 고도가 높기 때문에 덥지 않아 걷기에 안성맞춤. 코스에 따라 경사가 제법 가파른 길도 많은데 덕분에 10분만 올라도 놀라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노루, 다람쥐, 마멋 같은 야생동물이 풀을 뜯으며 돌아다니고요. 꼭 한 번 걷고 싶은 마음이죠?

공원의 주요 입구, 니스퀄리

국립공원에는 4개의 입구가 있어요. 파라다이스 지역을 가기 위해선 주로 공원의 남서쪽에 자리한 ‘니스퀄리 입구(Nisqually Entrance)’를 이용합니다. 니스퀄리 입구를 통과해 10분쯤 가면 ‘롱마이어(Lonmire)’ 란 곳이 나오는데요. 관광안내소가 있어 레인저가 알맞은 트레일을 소개해줍니다. 현재 관찰할 수 있는 야생화와 코스별 적설량도 그날그날 자세히 알려주고요.

조그만 박물관(Longmire Museum)도 있어 기념품과 전시물을 볼 수 있어요. 국립공원 내 2개의 숙소 중 하나인 ‘내셔널 파크 인(National Park Inn)’에서 간단한 식료품도 구할 수가 있지요.

패라다이스 인에서 숙박

롱마이어에서 다시 차로 25분 더 올라가면 드디어 ‘패라다이스‘ 지역이에요. 산 중턱에는 만년설을 내려다보는 주차장과 커다란 비지터센터(Henry M Jackson Memorial Visitor Center)가 있습니다. 그 옆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숙소 ‘패러다이스 인(Paradise Inn)’이 서있어요. 앞서 말한 국립공원 내 2개의 숙소 중 나머지 하나. 럭셔리한 호텔이 아니라, 방도 정말 쪼그만 산장인데 위치가 위치인 만큼 인기가 엄청납니다.

국립공원까지 오가는 시간이 상당하고, 수많은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가 있는 만큼 저는 조금 여유 있게 레이니어산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해요. 물론 시간이 없다면 당일치기 방문도 좋고요. 다만 여름철에 시애틀을 3박4일 이상 여행하거나 시애틀–포틀랜드를 함께 일주일 이상 북서부 여행을 한다면, 레이니어산에서 최소 1박 숙박하며 충분하게 돌아보기를 권합니다. 그만큼 후회 없을 멋진 여행지니까요.

문제는 국립공원 내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공원 내 숙소가 2개뿐이기 때문입니다. 여름 시즌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마감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특히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패러다이스 인‘은 거의 인기 콘서트 티켓 경쟁을 방불케 하고요.

약간의 비공식 팁이라면 예약 수수료가 발생하는 예약일 7일전에 취소하는 방문객들이 있어서요. 내가 방문하고자 하는 날짜의 7일 전쯤 일시적으로 한두 개 취소된 방이 풀리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때 재빨리 빈 방을 잡는 것이 팁이라면 팁입니다. 물론 이 마저도 그 순간에 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먼저 잡을 테고요.

경쟁이 치열하죠? 여름에 9시 무렵 해가 질 때까지 산 중턱에서 노을도 보고, 저녁 산을 전세 낸 듯 고요한 풍경도 즐기고, 또 새벽에는 숙소 테라스에서 뜨거운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낭만은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대자연의 플렉스니까요. 올여름 시애틀 여행을 계획한다면, 레이니어산 국립공원 방문을 꼭 한 번 고려해보세요!

올여름 휴가 추천, 시애틀 여행과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