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안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2022.12.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정부에 권고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은 크게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 크게 2개 줄기로 구성돼 있다.

이번 개혁안에는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기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일주일에서 최대 1년 단위로 바꾸는 안과,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돼 한숨 돌린 정부는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회의 권고문을 토대로 내년부터 관련 입법에 나서는 등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는 ‘1주’→’연’ 단위로…파견법 개선 필요성도 강조

연구회는 이날 권고문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가 아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연장근로 산정 주기도 1주 단위로 정하는 등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규율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변화나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권고안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간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틀을 근간부터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에 시행했던 주52시간제도 임금 감소 등의 노동자 반발과 생산시간 부족 등의 경영계 반발을 모두 염두에 두고 권고안이 마련됐다.

또 연구회는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권고했다. 아울러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야간근로자’ 개념을 명확히 하고, 야간근로일 또는 야간근로시간 한도 설정 등 합리적 규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위원회는 “야간근로에 따른 각종 질환 예방을 위해 건강진단 결과,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작업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의 제한 등 사후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연구회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연공형 임금체계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체계 개편도 핵심적인 노동개혁 과제로 진단했다. 100인 미만 사업장 중 62%가 체계가 없이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상황을 해소할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연공의 안정적 누적이 가능한 계층에게 배타적으로 유리하다. 연구회는 “유노조 대기업 사업장에 종사하는 정규직 남성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연공 축적이 가능한 유일한 계층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연공형 호봉제는 여러 계층 노동력의 필요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구현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무엇보다 경제구조의 다양화와 저성장 균형의 시대에 부합하지 않눈다. 임금체계를 갖추지 못해 자기가 받는 임금의 종류가 무엇인지 모르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임금체계 설계 지원 또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한 연구회는 조선업 상생협의체와 같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모델을 확산시켜 임금체계 개편 전략을 모색해 할 것도 주문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연구회는 원·하청 및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직무·숙련중심의 임금체계 구축 등에 대한 노사협약과 지원 제도 확대를 제안했다. 아울러 다양한 지역 일자리 사업, 지역·업종별 직업훈련 사업 등과 연계해 업종 단위의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 구축 지원 등도 제시했다.

60세 이상 계속고용을 위한 임금체계 등 관련 제도의 개편 모색도 제안했다. 연구회는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의 국민연금수급 연령을 고려,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조속히 시작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직무‧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해 60세 이상 계속고용한 모범사례를 발굴·확산시킬 것도 제안했다.

위원회는 임금의 공정성 확보와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로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것도 권고했다. 아울러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해서는 상시적인 근로감독 실시도 주문했다.

◇’플랫폼종사자 권리 보장 모색하라’…미래지향적 노동법제 마련도 제안

위원회는 근로시간제 및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추가적인 주요 과제로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마련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과 차별해소 방안, 원하청 상생협의회 등 이해관계자 소통협력 관행 확산 및 제도 마련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질적 구현 △플랫폼종사자 등 노무제공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 검토 △통상임금·평균임금·주휴수당·최저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파견과 도급의 구별에 대한 예측가능성 제고 등이다.

특히 파견제도의 경우 1998년 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이뤄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파견업무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다툼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연구회는 제언했다. 연구회는 지난 25년의 노동시장 변화와 대상 업무 현황, 파견근로자의 고용지위와 근로조건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외국의 사례와 연계해 제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연구회는 강조했다.

노사제도와 관련해서는 노동조합 설립‧운영, 단체교섭 구조,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제도 전반의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노사관계에 있어 자치의 원칙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사의 불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규율 및 노동형벌 제도 개편, 노동위원회 조정 기능 활성화 및 대안적 분쟁해결 활용 등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국제기준과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연구회는 분석했다.

연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와 노동력 감소에 따른 종합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한 대책으로 △경력단절 여성의 근무여건 개선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촉진 △고령자의 숙련된 경험 활용과 근로 연장 등을 제안했다.

◇윤석열 ‘노동개혁’ 드라이브…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체계 회귀’ 반발

이를 두고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체계 회귀’, ‘자본천국 노동지옥 현실화’ 등으로 평가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노동계 반발에도 정부의 추진의지는 강력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꼽은 후 연금·교육과 함께 정부 3대 개혁과제로 꼽고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독일에서 사민당이 노동 개혁을 하다가 정권을 17년 놓쳤다. 그러나 독일 경제와 역사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했다”고 말하며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표출한 바 있다.

이같은 의지를 추진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을을 기필코 완수하겠다”며 “각자도생의 모습은 끝을 내고, 노사 모두 상생을 위한 연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채용강요, 폭력행위 등 노사 모두 상대를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모습, 기득권과 담합으로 약자인 노동자와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전문가들의 진단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사 간 분쟁을 극복하는 데 있어 이번 연구회의 권고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표현하며 개혁안 추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서 강경대응 기조를 고수하며 철회를 이끌어 낸 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며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주요노조 이탈, 노조원 반발 등을 이유로 철회로 끝나기는 했지만, 상급단체인 민노총과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는 평가다.

민노총은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을 위법, 초법적으로 밀어붙이며 자신감이 붙은 것인가”라며 “수를 잘못 읽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역대 어느 정권도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이를 성공한 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민노총은 이번 파업에 앞서 임금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한국노총은 이번 권고안을 본 후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모든 활동 및 계획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phlox@news1.kr

연장근로 1주→’연’ 단위로 확대…선택근로제는 모든업종 1→3개월(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