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인권단체가 32년 동안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이 착취당한 ‘사찰노예사건’의 1심 판결이 징역 1년에 불과한 것에 “처참하다”며 비판했다. 영국은 유사 사건에 종신형을 부과한다며 검찰의 항소와 항소심의 제대로 된 판단을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즉각 항소 △항소심의 정당한 판결 △대한불교조계종의 사찰 내 전수조사를 사법당국과 조계종에 요구했다. 

1심 법원은 앞서 8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주지 최모씨(71)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서울 노원구의 사찰에서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에게 예불기도, 마당쓸기, 잔디깎기를 시키고 1억2900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1985년부터 약 32년 동안 피해자에게 허드렛일을 시켰지만 검찰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8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2008년 이후의 행위만 공소사실에 포함해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적장애인 A씨는 이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전한 서면 입장문에서 “판결 결과가 너무 허무하다”며 “32년 동안 제 의지대로 살 수 없었는데 고작 징역 1년이어서 너무 화가 난다”고 밝혔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장은 “신안 염전 노예를 시작으로 타이어수리점, 딸기밭, 잠실야구장, 가두리양식장, 개사육장 등 장애인들의 노동 착취 및 학대가 매년 보도되고 있다”며 “영국은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의회는 2015년 ‘현대판 노예 방지법'(Modern Slavery Act)을 제정해 인신매매범 징역형 상한을 14년형에서 종신형으로 높였다. 인신매매 용의자로 지목만 돼도 활동 반경이 제한되며 현대판 노예를 방치한 법인과 기업에도 매우 엄중한 처벌을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조미연 변호사 역시 “반복되는 장애인 노동착취를 막으려면 사법적 구제절차에서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나아가 별도 특별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ohk@news1.kr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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