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떠도는 말을 인용하자면 비로소 이제는 엔데믹이 찾아왔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공항을 찾는 여행객들이 점차 늘고 있고 항공 편수도 예전과 거의 비슷해졌기 때문에 곧 다가올 휴가철을 대비해 계획을 실행하고 준비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몇 년만에 다시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비교적 이동 시간이 짧고 가까운 일본을 선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대도시의 매력도 충분하지만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곳 중 우동의 고장이라 불리는 카가와 여행을 떠난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게 되는 장소가 있다.

한때 일본 소도시로의 여행을 부흥하는 의미에서 쿠폰북을 통해 리무진 버스나 페리 이용권, 그리고 각종 관광지들의 입장권을 무료로 배포했던 적이 있었다. 현재는 그 혜택이 중지되었지만 충분히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둘러보기 좋은 다카마쓰 리쓰린공원은 도심 속에 존재하는 특별한 명승지로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들도 사계절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많이 방문한다.

리쓰린공원은 ‘밤나무숲’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7세기 중반 에도시대 초기 사누키 지방의 주인인 이코마 타다도시가 지은 별장에서 시초가 되어 회유식 다이묘 정원의 기초를 갖추며 현재의 모습을 이루었고 배경이 되는 시운산을 중심으로 6개의 연못, 그리고 13개의 인공산이 펼쳐지는 풍경이 압권인 명승지이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입장료는 성인 410엔으로 간단한 밥 한끼 정도의 비용이지만 여유롭게 둘러보려면 대략 2-3시간 정도가 필요할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산책 겸 방문하기에 참 좋은 장소라 할 수 있다.

토키와바시 다리를 지나 동문의 입구로 들어서면 넓은 잔디가 펼쳐진 정원을 기점으로 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입구로 들어섰을 때 왼쪽인 남쪽 정원코스는 60분, 오른쪽인 북쪽 정원코스는 40분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포인트들이 남쪽 정원코스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남쪽을 먼저 둘러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북쪽까지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남쪽 산책코스로 진입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바로 큰 연못이 펼쳐진 곳인데 세이코라 불리는 호수다. 뒷 배경으로는 시운산이 펼쳐지며 모든 것의 조화가 적절히 잘 배합되어 정말 멋진 경관은 물론 수많은 잉어떼들의 활기찬 모습과 함께 여러 새들도 지냈다 가는 곳이라 인공이 만들어낸 자연 속에서 나름 질서정연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남쪽 코스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호수인 난코에는 이 배경을 벗삼아 간단한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쿠게쓰테이 다실이 위치해 있다. 취향에 따라 말차와 센차를 간단한 모나카 등과 함께 다다미에 앉아 정원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포인트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난코에서는 와센(회유선)이라 불리는 뱃놀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보통 30분에 610엔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노 하나에 의지해 난코 주변을 둘러보며 리쓰린공원에 대한 설명을 뱃사공이 해주는데 일본어를 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한번 이용해보기 좋을 듯하다.

남쪽 산책코스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인 엔케쓰교를 주변으로 앉아서 쉴 수 있는 후키아게테이라는 은 간이가게가 위치해 있다. 우동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며 호수에서 살고 있는 잉어들의 밥도 판매하고 있어서 엔케쓰교, 그리고 시운산을 배경으로 앉아서 잠시 사색에 잠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게이슌교까지 볼 수 있는데 난코와 혹코를 이어주는 다리로 뱃사공 체험을 할 수 있는 와센 탑승지로 향하는 다리이기도 하다.

보통 카가와 여행으로 리쓰린공원에 올 때 간혹 뷰포인트를 놓치고 가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후키아게테이 식당을 지나 작은 언덕인 히라이호가 있고 여길 올라서야 비로소 리쓰린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난코의 아름다운 호수 뷰는 물론이고 엔케쓰교, 그리고 뒤로 시운산까지 한 번에 조망되는 멋진 풍경은 춘하추동 사계절 모두 다른 모습이라 1년 365일 언제 방문해도 그 날의 날씨, 기온, 습도에 따라 다르게 마주할 수 있다.

일보일경의 말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 부르고 싶은 리쓰린 공원, 남쪽 산책코스의 엔케쓰교에 올라 마지막으로 난코와 와센, 그리고 기쿠게쓰테이의 모습을 눈으로 담은 뒤 이정표를 따라 북쪽 산책코스로 향해본다.

리쓰린공원의 북쪽 산책코스는 남쪽에 비해 상징적인 장소들은 덜하지만 보통의 공원이나 정원을 둘러보는 것처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라 뒤로 간간히 보이는 빌딩의 모습이 아니라면 정말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오래 묵은 큰 나무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잔디광장을 비롯해 공원 여기저기에선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온 가족이나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도 간혹 만나볼 수 있었다.

북문 입구로 이어지는 북쪽 산책코스에는 2개의 호수가 자리잡고 있고 편백나무 숲, 매화 숲, 꽃창포원 등 계절감을 경험해볼 수 있는 테마로의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벚꽃시즌이 막 지난 후라 애매하게 대부분의 꽃들을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초록 녹음이 무성한 산책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특히 높은 나무들은 어느 정도의 그늘이 되어주어 기분 좋게 걷기 좋은 날씨였다.

북쪽 산책코스의 끝엔 가모바라 불리는 오리사냥터가 있고 그 주변으로 사누키 민예관과 카페로 이어진다.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히 넓은 편이라 남쪽과 북쪽을 다 둘러봤을 때 오천보 이상은 족히 걸었을 정도로 약간의 체력이 요구되긴 하지만 대부분이 평지에 일보일경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듯 풍경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카가와현 다카마쓰의 매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장소라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리쓰린공원은 도심에서 가까워 고토덴과 JR. 버스 등을 통해 쉽게 찾아갈 수 있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메인 도로인 가와라마치에서도 도보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거나 6시간 100엔 빌릴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방문하기 좋기 때문에 언제든 들르기 좋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카가와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라면 특별명승지인 리쓰린공원에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소중한 추억을 보내보길 추천한다.

카가와 여행 도심 속 쉼터 다카마쓰 리쓰린공원 걸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