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용하다. 핵실험 준비 동향은 계속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두드러진 메시지를 내진 않고 있다. 반복됐던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군사도발도 ‘소강상태’가 되면서 북한의 다음 행보는 ‘안갯속’이다.
북한은 최근 열흘 넘게 뚜렷한 군사 행보 없이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북한은 올해 초부터 연이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무력시위를 본격화해 왔다. 지난 1월부터 18번의 무력 시위를 단행했고, 최근엔 ‘섞어쏘기’와 ‘무더기 발사’ 등 과거에 비해 도발 형태가 고도화, 다양화됐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처음으로 섞어서 발사했고, 이달 5일엔 약 35분간 총 8발의 SRBM을 발사했다. 모두 4개 장소에서 4개 미사일을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해 2발씩 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같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도발을 한 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대적’ 무력시위 이후엔 두드러진 군사 행동이 없는 상태다. 지난 12일 오전 서해상으로 재래식 방사포(다연장로켓포)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여러 발 쏘긴 했지만, 이는 우리 군 당국이 언론에 발표하지 않을 정도로 ‘저강도’ 도발이었다. 올해만 평균 8~9일에 한 번 꼴로 도발을 한 북한의 행보에 비춰보면 ‘소강상태’가 길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2018년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하면서 고조됐던 ‘제7차 핵실험 위기’도 다소 차분해진 상황이다.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은 석 달 넘게 나오고 있으나 실제 실험은 이뤄지진 않으면서다.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는 각종 보강 및 복구 작업이 일상적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구 작업이 마무리된 3번 갱도에 물이 차서 최소 수개월간 핵실험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최근에 제기됐다.
지난 14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찍은 인공위성 사진에서 4번 갱도의 ‘새로운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16일 핵실험장 내 4번 갱도에서도 북한의 움직임이 포착된 데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작업은 작년 폭우로 유실된 도로를 정비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핵실험을 위한 갱도 복구 동향은 ‘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준비는 됐어도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이를 단행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핵실험은 정치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섣부르게 이를 단행하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우방의 지지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핵실험을 해야 하는 ‘확실한 명분’을 확보할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마지막 카드’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하려 할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대미 협상용으로 여기지 않는 상황이라면, ‘협상 카드’로서의 핵실험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또 풍계리의 3~4번 갱도는 아직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만큼 준비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의 무력시위 관련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앞서 이 같은 북한의 ‘미보도’와 관련 “남북 관계, 한반도 상황 등을 고려한 정치적 평가에 기인하는 걸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군사 내용은 일절 언급 없이 강력한 경제 추동 분위기만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당 중앙위원회 8기 5차 전원회의 이후 급격하게 하반기 성과 추동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나 새로 발생한 ‘장내성 전염병’ 관련 대응은 빠르게 안정화된 모습이다. 정부는 북한이 머지않은 시기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 하반기 경제 발전 기조 등과 맞물려 북한이 한동안 무력시위를 줄이고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sy@news1.kr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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