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옹진군 소재 갯벌에 차량이 빠지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로 인한 운전자의 실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알고 보니 의외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남차카페에는 지난 16일 랜드로버 디펜더가 갯벌에 빠진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7일 EV6 인터넷 동호회 ‘EV6 오너스 클럽’에 기아 EV6가 빠진 장소와 동일한 곳이다.
글쓴이는 “최근 EV6 차량이 빠진 선재도 도로에 랜드로버 디펜더가 빠졌다”라며 “해당 도로 상습 사고 구간이라 인천시에서 손을 봐야 할 듯하다”라는 의견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 따르면 랜드로버 디펜더 차량이 갯벌 한가운데 빠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갯벌에 바퀴가 반쯤 빠져있고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지난번에 같은 갯벌에 빠진 EV는 4630만~5980만 원짜리라면, 이번에 빠진 디펜더는 더 비싼 2021년형 디펜더 90 2도어 모델이다. 참고로 디펜더 110의 경우 1억 190만~1억 4127만 원, 디펜더 90의 경우 8420만~9290만 원이다.
이렇게 자주 갯벌에 자동차가 들어가는 이유를 두고 운전자가 길이 아닌 곳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폭 4m, 길이 500m의 이 길은 ‘선재로 95번길’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존재하는 길이었다. 다만 바로 양옆이 뻘이고 경계가 불명확해서 실수로 갯벌에 진입하는 차량이 많은 길이라고 한다.
선재로 95번길은 인천 옹진군의 선재도와 측도를 이어주는 유일한 도로인데, 측도가 캠핑 성지로 유명해지면서 이 길을 통해 측도를 오가는 통행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선재로 95번길에서 차가 많이 빠지는 건 밀물 때 길이 잠겨 하루에 2번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재로 95번길과 갯벌을 구분하는 철책이나 표지판도 존재하지 않아서, 실수로 갯벌에 진입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디펜더와 EV6를 비롯해 갯벌에 진입한 운전자들이 자주 갯벌에 빠지는 장소는 선재로 95번길에서 뻗어 나간 임시 도로다. 갯벌을 사용하는 지역 어민들이 임시로 낸 도로로 추정되는데, 운전자 입장에선 이 길을 정식 도로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운전자가 고의로 들어갔다”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옹진군청은 “이곳에 정식 도로나 다리를 설치하는 것은 현재 예산으로는 어렵다”라며 “주의 표시나 경고문 표지판 등을 제작해 설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장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