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인사를 건네면 지나 온 경기들에 대한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 할 줄 알았다.

매우 힘들게 거머 쥔 가을 야구 티켓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점이 힘들었고 또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 것 인지를 답할 줄 알았다. 일종의 총정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 했다.

하지만 김종국(48) KAI 감독의 반응은 달랐다. 시야가 이미 미래를 향해 가 있었다.

김종국 KIA 감독(왼쪽)이 승리 후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종국 KIA 감독(왼쪽)이 승리 후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 감독은 축하를 건네자 대뜸 “쉽지 않은 길이 남아 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가는데 까지 가 보겠다. 한 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위로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나선 팀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비율은 대단히 낮았다. 한국시리즈는 언감생심이었다. 너무 많은 경기를 치르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 정신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아쉽긴 해도 5위 팀은 5강에 든 것으로 만족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김 감독은 달랐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충분히 해 볼만한 승부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KIA 전력이 그리 나쁜 것이 아님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단기전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선발이 안정돼 있다. ‘대 투수’ 양현종을 비롯해 놀린과 파노니까지 3선발이 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이의리가 2년차 만에 10승을 거두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선발 싸움에선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펜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기존의 장현식-정해영 라인에 군에서 제대한 김기훈이 보강 됐다. 투구수 관리만 잘 해주면 김기훈을 거의 매 경기 쓸 수 있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의 승부처에서 강력한 카드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카드를 보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타선은 짜임새가 좋다. 박찬호 이창진이 테이블 세터로 제 몫을 해내고 있고 나성범-소크라테스-최형우로 이어지는 중심타선도 파괴력이 있다. 포수 박동원과 1루수 황대인은 한 방이 있고 류지혁은 올 시즌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며 자신감이 업그레이드 됐다.

경헌과 패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투.타에 걸쳐 한 번 해 볼만한 전력이 구축됐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의 리더십도 장점이다. 승부처에서 승부를 걸 줄 아는 모습을 시즌 막판에 보여줬던 김종국 감독이다. 연패에 들어갔을 때 다소 무기력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5강의 주요 승부처에선 대단하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야구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KIA의 가을은 일반적인 생각처럼 맥 없이 끝날 것 같지 않다. 전력이 만만치 않고 보다 높은 무대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어렵사리 5강을 이뤄낸 저력이 발휘된다면 올 가을 야구의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KIA의 가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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