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최근 4위까지 오르며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즌 초반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선수의 조기 교체 등 악재가 많았지만 버티기에 성공한 뒤 상승가도를 달리는 모양새다.
특히 KT의 저력은 탄탄한 마운드에서 나온다.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웨스 벤자민으로 바뀌었고, 또 다른 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고영표와 소형준 등 국내 선발 원투펀치와 ‘긁히면 무서운’ 배제성, 주권, 이채호, 김민수, 김재윤 등의 탄탄한 필승조 등이 많이 거론되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제몫을 해내고 있는 ‘마당쇠’ 엄상백(26)의 헌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엄상백은 7일 현재까지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6승2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을 쉴 새없이 오가면서 기록한 준수한 성적이다.
올 시즌 개막을 불펜투수로 시작한 엄상백은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이후 약 한 달 넘는 기간 9경기에 선발로 나서면서 4승을 따내 위기의 KT를 지탱했다.
이후 새 외국인투수 벤자민이 팀에 합류하자 다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6월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이닝을 던진 엄상백은 이튿날 키움전에 등판한 벤자민이 3이닝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내려가자 다시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소화하며 구원승을 따내기도 했다.
벤자민이 한 경기만에 2군으로 내려가자 다시 엄상백에게 선발 기회가 주어졌고, 2경기를 선발로 소화한 그는 벤자민의 복귀에 맞춰 다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배제성이 최근 부침을 겪자 이강철 KT 감독은 그에게 잠시 휴식을 주기로 했는데, 다시 선발자원으로는 엄상백이 선택됐다.
시즌 중 이렇게나 자주 보직을 바꾸는 경우는 최근엔 좀처럼 보기 드문 케이스다. 게다가 잦은 보직 변경에도 불구하고 등판 때마다 제몫을 해내는 엄상백의 활약도 눈에 띈다.
선발로 5~6이닝에 3실점 이하를 기대할 수 있고, 불펜투수로도 짧게는 1이닝, 길게는 3~4이닝의 ‘롱릴리프’ 역할을 할 수 있는 엄상백은 팀의 투수 운용에 유연성을 갖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강철 감독도 최근 배제성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엄)상백이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결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크게 부진하지 않고 아픈 데도 없는 선발투수를 빼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엄상백의 존재 덕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감독은 “시즌 전부터 이런 역할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면서 “선수로서는 쉽지 않은 것인데 팀 사정을 이해하고 잘 받아들여주니 감독으로선 고맙다”고 말했다.
배제성이 돌아온다면 엄상백은 또 다시 불펜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마당쇠의 헌신은 팀 KT를 하나로 이어주는 또 하나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starburyny@news1.kr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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