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및 학생들이 6일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및 학생들이 6일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연세대 신촌캠퍼스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학교를 상대로 시급 440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이씨 등 연세대 학생 3명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씨 등은 지난 6월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했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집행부에 학습권 침해로 인한 스트레스 및 ‘향후 정신적 트라우마’를 고려한 손해배상금과 정신과 진료비 등 약 64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에 앞선 5월에도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강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한 바 있다.

이에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노동자들이 아닌 학교라며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연세대 내에 걸린 현수막. ⓒ투데이신문
연세대 내에 걸린 현수막. ⓒ투데이신문

교내 청소·경비 노동자들, 투쟁에 나선 이유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일부 학생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생계 유지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다. 이들은 시급 440원 인상, 정년퇴직에 따른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현재 임금은 시급 9390원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시급 인상 가격 440원은 작년과 올해 최저시급의 차액에 불과하다.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정년퇴직한 노동자의 수만큼 새로운 인원을 채용해야 남은 노동자들이 기존 업무를 감당할 수 있지만 연세대는 인원 충원 없이 남은 노동자들이 기존 업무를 감당할 것을 지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공대위에 따르면, 연세대 내 샤워실은 45개 건물 중 10개 내외로 그중에서도 제대로 된 샤워실은 2개 남짓이다.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청소근로환경시설’은 휴게시설, 세면 및 목욕시설, 세탁 시설, 탈의시설 등을 갖춰야 하지만 연세대 내 휴게실은 세탁 시설은커녕 세면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공대위는 “노동자들이 여름철 가슴에 땀이 차서 살이 짓무르기도 하고, 몸에서 냄새가 날까 마음 편히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아주 상식적인 요구”라며 “최저임금 인상분인 440원과 위생·건강권을 위한 샤워실 요구는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연세대 학생들 “학습권 침해당해”

노동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씨는 지난 1일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고소의 취지를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씨는 “시위 소음이 수업을 듣던 건물까지 들렸다. 해당 수업은 1시간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그 중 1시간을 교수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시위대가 확성기로 지르는 소리와 단결투쟁가 등의 민중가요를 들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하는 시위 자체가 싫은 게 아니다. 확성기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소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고소할 일도 없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인해서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받아야 하냐”며 “정중하게 여러 차례 확성기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이야기했는데도 변화가 없어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소 사건이 알려지며 적절성 등 고소인에 대한 비판이 오가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 김현옥 분회장은 “조합원들은 고소한 학생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한다”며 “이슈가 이렇게 많이 되고 있으니 학교가 하루빨리 해결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및 학생들이 6일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및 학생들이 6일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불편함’프레임 만들고 책임 회피하는 연세대”

이씨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6일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공대위와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모여 '청소경비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는 연대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대위 해슬 집행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19일부터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연명서를 6일 기준 총 3015명에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교”라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실질적 고용주인 원청으로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학교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이지 않고 있다”며 “또한 노동자들과 대화하며 제대로 된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질문이나 요구에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자 1인 한 달 노동시간 209시간, 신촌·국제캠퍼스 노동자 수 약 500명을 12개월 분으로 계산했을 때 시급 인상액은 총 5억5000만원이다”라며 “대학알리미에서 확인한 2021년 적립금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연세대는 5800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액에 드는 비용 5억5000만원은 전체 적립금의 0.09% 남짓으로 학교 재정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신촌·홍대권역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은결 대표는 “인정받지 못하는 투쟁들에서 유사한 지점을 포착할 수 있다”며 “장애인 권리 예산을 약속받기 위한 투쟁도 시민들의 출근길을 지연한다는 ‘불편함’으로 프레이밍 됐다.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에서 발생한 프레임도 너무나 유사하다. 학생들의 ‘불편함’으로 프레이밍된다. 프레임을 재생산하며 이익을 얻고 있는 건 아직까지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학교 본부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답은 너무나도 명료하다. 책임은 공동체에게 있으며, 공동체적 해결을 모색해야한다. 그러니 학교는 응답하라”고 말했다.

“시위 소음보다는 원인에 귀 기울여야”

이번 사태는 공정과 지성의 부재, 개인주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는 2학기 ‘사회문제와공정’ 수업 강의 계획서를 통해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근우 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고소인들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며 “시위가 시끄러울 수는 있다. 시위란 원래 그렇다. 나의 부당함을 알려야 하는데 아무도 모르게 마음으로 외치나”라며 “그 소리가 귀에 들린다면 어떤 부당함 때문에 저렇게 외치는지부터 궁금해하는 게 소위 지성인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이종선 부소장은 “예전에는 대학에서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진 듯하다”라며 “문제 발생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사소한 이익에 매몰돼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만들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관심을 갖고 본다면 학교 측이나 양 측에 촉구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소송을 건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원청인 학교가 관심을 갖고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노동운동가인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집회라는 것이 원래 불편함을 초래하는 일이다. 파업과 집회로 인해 일정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라며 “학생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일들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구성원이 감내해야 하는 일인데 우리 사회가 그것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듯하다. 이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유정 기자 [uyuuu@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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