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와 정제마진 고공상승으로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업계가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로 꺼낸 ‘횡재세’ 논의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19조1191억원, 영업이익 1조27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71.94%, 151.52% 급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며 깜짝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쓰오일 역시 2분기 매출 10조9093억원과 영업이익 1조878억원의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62.56%, 90.50% 증가한 실적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와 비슷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지난 1분기 각각 1조812억원, 70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정유업계의 실적 상승은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의 영향이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높아져 이익이 발생한다.
또한 정유사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제품을 팔아 남긴 차익을 의미한다.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선으로 알려졌는데 6월 다섯째주 기준 배럴당 2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정유사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말했고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같은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며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기류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업계가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을때는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며 “대규모 흑자를 냈다고 곧바로 횡재세를 논의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수혜를 봤던 반도체나 가전업계에는 횡재세를 물려야한다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왜 정유업계에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성실하게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과세를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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