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경 감독 “백호·해태·붉은악마도 고려”…원작에선 살바도르 달리 가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려 노력…기와지붕·산수화 등 작품에 녹여”

서성경 미술감독
서성경 미술감독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빨간색 점프수트에 활짝 웃고 있는 새하얀 하회탈을 쓴 강도단의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기괴한 느낌도 든다.

스페인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되면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강도단이 쓴 하회탈이다. 원작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 가면이었다.

한국판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서성경 미술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보면 볼수록 매력 있고,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고 하회탈을 선택한 데 만족감을 표했다.

서 감독은 한반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만큼 달리 가면을 대신할 우리만의 가면을 찾아야 했는데, 하회탈이 1순위이긴 했지만 백호, 해태, 붉은 악마 치우천왕 등의 다른 시안도 검토했다고 했다.

그는 “전통 가면극에서 서민이 양반을 풍자하려고 탈을 쓰는 것과 강도단이 경찰과 기득권층을 속이면서 연극을 하는 행위에서 가면을 쓴다는 것이 의미가 상통해 하회탈을 선택하게 됐다”며 “하회탈이 가장 한국적인 느낌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회탈의 기본적인 형태를 차용하되 재질은 현대적으로 변형했다고 했다. 스틸, 크롬, 고무 등 여러 재질로 시안을 만들었는데, 기존의 전통탈 소재인 나무와 전혀 다른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 반사되는 느낌이 있는 신소재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하얀 얼굴에 까만 눈썹, 눈웃음이 돋보이는 우리만의 새로운 하회탈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서 감독은 “하회탈의 가장 큰 매력이 눈웃음이라고 생각했고, 웃고 있는 선한 눈매를 강조하기 위해 눈썹을 검은색으로 좀 더 또렷하게 표현했다”며 “하회탈을 흰색으로 한 이유는 강도단이 주로 있는 조폐국 공간의 톤이 무거운 데다 작업복의 붉은 색과 가장 강렬하게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완성된 하회탈의 테스트 촬영 날, 내부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 웃고 있는 하회탈의 표정 때문에 강도단이 너무 착해 보였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착하게 웃고 있는 하얀 얼굴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더 묘하고 공포스러울 것 같아서 계속 (하얀 하회탈을) 고수했다”며 “선하게 웃고 있는 표정이 탈 속의 불안 가득한 얼굴을 가려준다는 것도 아이러니해서 좋았다”고 전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이야기는 주로 조폐국 안에서 벌어지지만, 조폐국 외관과 도시풍경 등에서는 통일을 앞둔 한반도라는 가상의 배경이 드러나도록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조폐국의 한옥 전통 지붕과 주변의 현대적 건물들이 대표적이다.

서 감독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염두에 두고 전반적인 작업을 했다고 했다.

그는 “공동경제구역 설립 취지가 남북 화합이 목적이기 때문에 분단 이전의 전통성을 고수하려고 했을 것 같았다”며 “새로운 뭔가를 창조하기보다 기존에 남북한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것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전반의 모습이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한양 도성의 구조와 한옥 지붕이 밀집된 모습을 토대로 설계했다”며 “한옥 지붕의 정갈한 멋을 보여주고 싶어 조폐국과 주변 건물들도 전통 기와지붕을 접목한 현대적 건물들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조폐국 내부에도 자개 병풍과 기와, 소나무, 산수화, 중정 같은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공동경제구역 홍보 그래픽에 민화를 적용하는 등 우리 고유의 디자인을 곳곳에 녹였다.

서 감독은 “남북이 교류하는 신도시라는 설정에 따라 전통적인 요소를 많이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컸다”며 “새것을 창조하되 전통의 근본을 기억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aer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2/07/09 07:00 송고

강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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