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뛰는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결국 7월 이후 3달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았습니다.

2022년 10월 12일 오전 9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고,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역대 최초 기록입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중반에서 쉽게 꺾이지 않는 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압력까지 커지자 금통위로서는 빅 스텝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4·5·7·8월과 이날까지 약 1년 2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2.50%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금통위가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까지 깨고 이날 역대 두 번째 빅 스텝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소득 안 늘고 이자만 급증…빅스텝이 가계소비 증가율 0.5%p 떨어뜨려”

한은은 이처럼 당장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빅 스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이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또 다른 고민거리입니다.

기준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 경기도 나빠져 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가 뚜렷하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0.5%포인트 빅 스텝이 올해 가계 소비 지출 증가율을 0.5%포인트가량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관심과 우려가 인플레이션에서 리세션(경기침체)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미국·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우리나라 수출도 줄어들고,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소비도 생각만큼 살아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장기 재정계획 등으로 정부에게도 희망을 걸기 어려운 만큼, 한은도 경기 둔화를 고려해 11월 이후 빅 스텝을 또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도 앞서 6월 “빅 스텝은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물가가 올랐을 때 우리 경기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봐야 한다”며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민을 내비쳤습니다.

한은 ‘빅스텝’에 대출금리 8%대 간다

기준금리가 3%에 이르면서 대출금리는 연내 8%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89~7.176%로 7%대를 넘어섰습니다. 변동금리도 4.40~6.848%로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8월25일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77~6.069%였습니다. 약 두 달 만에 금리 상단이 1%포인트가량 오른 셈입니다. 당시 변동금리는 4.18~6.204%였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도 오릅니다. 시장금리와 수신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을 밀어 올리게 됩니다.

10년만에’ 기준금리 3%…한은 “계속 금리인상 이어갈 것”

특히 한은은 추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습니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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