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진 농구에 대한 배고픔을 보여줬다.”

고양 캐롯은 1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원주 DB와의 홈 개막전에서 87-80으로 승리했다. 창단 첫 승의 기쁨만큼 좋았던 건 ‘빅 리’ 이종현(28)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종현은 DB전에서 선발 출전, 32분 17초 동안 4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하며 본인의 몫을 100% 해냈다. 특히 고교, 대학 시절부터 강점이었던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 높이를 적극 활용하며 자신이 왜 코트에 있어야 하는지 증명했다.

캐롯 이종현은 15일 고양 DB전에서 부활을 선언, 1400일 만에 30분 이상 출전했다. 사진=KBL 제공
캐롯 이종현은 15일 고양 DB전에서 부활을 선언, 1400일 만에 30분 이상 출전했다. 사진=KBL 제공

사실 이종현에게 있어 DB전은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오프 시즌 동안 김승기 캐롯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받았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KBL 컵대회에선 10분조차 제대로 뛴 적이 없었다. 4번 자원이 부실한 캐롯인 만큼 이종현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김 감독도 채찍을 들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KBL 컵대회가 끝나고 많이 혼났다. 수비를 하다가 쉬는 모습을 자주 보이더라. 이종현에 대해선 FA가 됐을 때 2, 3억원이 아닌 정말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선수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이해시켰다”며 “막무가내로 혼만 낸다고 되는 건 아니다. 내 마음을 전했고 또 그 친구 역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근데 쉽지 않다.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공격과 수비 모두 쉬는 시간이 너무 많다. 착한 친구이지만 근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냉정한 평가는 계속 이어졌다. 김 감독은 “지금은 사실 경기에 나가면 안 되는 정도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다. 자극도 주고 호되게 혼도 냈다. 사실 KBL 컵대회도 안 데려가려 했는데 본인이 찾아와서 뛰고 싶다고 하더라. 본인이 팀을 이기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매번 강조했다”며 “일단 DB전을 지켜보겠다. 예전의 이종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이종현은 과거에 비해 10%도 되지 않는다.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또 같은 포지션 선수를 압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주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이종현은 DB전에서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특히 적극적으로 리바운드를 잡아내려 했으며 DB 선수들의 림 어택을 확실히 저지했다. 공격은 아직 어설픈 부분이 많았고 또 몸까지 따라주지 않는 듯했으나 리바운드와 블록슛, 그리고 어떻게든 DB의 공격을 막아내려는 의지는 과거와 분명 달라 보였다. 여기에 외곽 찬스를 확실히 살린 번뜩이는 패스도 인상적이었다.

30분 이상 출전한 것 역시 2018년 12월 15일 서울 삼성전(30분 43초) 이후 무려 1400일 만이다. 과거의 화려했던 이종현을 기대하는 건 다소 어려울 수 있을지 몰라도 최소 건강하게 경기 출전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수확이었다.

승리 후 김 감독 역시 이종현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채찍과 당근을 잘 준 것 같다. 타이밍이 좋았다. 또 자기가 얼마나 농구에 배고픈지를 잘 보여줬다. 아직 부족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고도 말해줬다”며 “약속했던 부분을 잘 지켜줬다. DB전과 같이 해주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종현의 자리가 이제는 채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프로 데뷔 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던 대형 유망주의 농구는 이제 첫발을 디딘 것과 같다. 김 감독은 “DB전에서 보여준 수비,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하는 것만 해줘도 좋다. 농구는 이 사람, 저 사람이 모두 공격하면 강팀이 될 수 없다. 누군가는 양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1, 2명이 정확하게만 해주면 된다. 이종현은 누군가가 득점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줬다. 만족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양(경기)=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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