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PC그룹 매거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사진=SPC그룹 매거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SPC그룹의 계열사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공장은 이달 7일에도 손 끼임 사고가 발생한 곳인데, 일주일 만에 더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SPC그룹이 사고 예방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안전불감증’ 지적이 나오면서, 이후 사고 공장에 대한 회사 측 조치에서도 적절치 않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7일 경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주말인 15일 오전 6시 20분께 경기 평택시 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동료 직원이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고 공장 직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정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당시 소스 배합기가 있던 현장을 직접 비추는 CCTV도 없었던 탓에 경찰은 현장 상황과 관계자의 진술만을 토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해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SPC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공장은 사망사고가 있기 일주일 전 협력사 노동자 B씨가 기계에 손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사고 예방이나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에 따르면 SPC는 B씨가 파견 근로자라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며 바로 병원에 이송하지 않았다. 하지만 SPC 관계자는 “손 끼임 사고의 경우 신고를 받고 현장에 장비를 해체하는 전문가를 투입하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사고 즉시 신고 조치가 이뤄졌고 협력사를 통해 해당 직원에 의료지원을 했다. 해당 근로자는 피부, 신경조직, 뼈, 근육 등 어떤 손상도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사고가 난 소스 배합기를 흰 천으로 가려두는 조치만 취하고 다른 소스 배합기는 가동을 재개해 논란이 됐다. 사고가 발생한 소스 배합기는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장치인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9대의 소스 배합기 중 자동방호장치가 없는 7대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자동방호장치가 있는 2대는 공정이 재개됐고 공장 직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소스 배합기 옆에서 작업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나머지 2대 배합기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 공정 중지도 권고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윤 대통령이 사고 경위 파악을 지시한 이후인 16일 오후 빈소를 찾았다. 다음날인 17일에는 허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사과문에서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는 “노동쟁의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이들조차 학을 떼겠다”며 비난이 거세게 일면서 SPC그룹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불매운동도 점점 확산하는 모양새다.

우선 불과 일주일 전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공장에서 더 큰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이후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무리 고용노동부에서 자동방호장치가 있는 2대 배합기에 대해서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료 직원이 사망했는데 사고장소를 천으로 가려두고 일을 하라고 한 지시한 데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해당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허 회장의 빈소 방문과 사과문 발표 시기에 대해서도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경위 파악을 지시한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SPC 관계자는 “빈소 마련 등에 시간이 걸려 허 회장이 오후 늦은 시각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고 직후부터 대표이사 등을 비롯한 직원들이 24시간 상주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kg에 이르는 원료캔을 들었다는 것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주장이다. 원료를 소분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라면서 “소스 배합기는 현재 모두 사용이 중단됐고 냉장 샌드위치 전체 생산을 멈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사고 직후 직원 150여명에 대한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치료 상담은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4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강동석 SPL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환노위는 사고가 난 평택 공장이 2016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경영인증을 받았고 지난 5월 연장심사에도 합격했다며 안전보건공단 등에 책임을 따지기도 했다.

김민지 기자 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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