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기까지 갔던 기아 노사가 가까스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합의했다. 이로써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 임단협을 파업 없이 모두 마무리했다.
기아 노동조합이 이번 협상에서 파업까지 언급한 배경에는 복지제도가 있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직원에게 2년에 한 번씩, 기아차 구입 때마다 평생 30%를 깎아주는 복지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올 협상에서 75세 상한선에 3년에 한 번씩, 할인율은 25%로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대신 임금은 대폭 인상됐다. 기본급 월 9만8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200%+500만 원,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 향상 격려금 150만 원 등이다. 하지만 ‘평생 복지’가 후퇴 된다며 1차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협상 과정을 보며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랩퍼 에미넴이 주연한 ‘8마일’이다. 8마일은 쇠락한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의 암울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단어는 디트로이트를 상징하는 단어이자 쇠락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대표기업인 포드와 GM, 크라이슬러가 모여 있는 ‘영광의 도시’였다. 전성기에 이들 기업은 퇴직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의료보험을 부담하는 등 풍족한 복지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한국, 일본, 독일 등의 수입자 공세에 기업들 어려워지자 디트로이트는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0년 기준 95만명이었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2010년 인구가 71만명으로 내려앉았다. 2009년에는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2013년에는 디트로이트 시 당국이 파산을 선언했다. 이런 쇠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1987년에 처음 선보인 영화 ‘로보캅 시리즈’는 암울한 디트로이트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8마일은 2002년에 개봉된 영화다. 그로부터 5년 뒤 미국자동차노조(UAW)는 2007년 이후 3년간 기본급을 동결하고, 퇴직자 의료보험은 별도 기금을 만들어 운용하기로 사측과 합의하면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포기했다.
이번 기아 노조의 행동은 일본의 토요타와도 비교가 된다. 토요타 노조는 기업실적 악화를 우려해 임금인상을 하지 않았다. 토요타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858만엔(약 8500만원) 수준이다. 기아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00만원으로 토요타보다 20% 높다.
대한민국이 디트로이트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아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파업을 해야 할 때인지, 노조도 국민들을 위해 고민을 할 시기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학군 좋기로 입소문 났지만…이재명, 24억짜리 집 못 팔았다
-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키웠다” 광어 공개한 도쿄전력
- ‘각 그랜저’ 향수 물씬…’디 올 뉴 그랜저’ 디자인 봤더니
- ”세계 최고 서비스 수준”…BBC가 주목한 서울 대중교통
- ‘눈을 의심’…”내 이자, 하룻밤 사이에 6%로 올라”
성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