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9일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지난 17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지 이틀 만이다. 출근길 열차 운행이 1시간 8분간 지연됐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무죄”라며 “(장애인을) 차별하는 버스를 15분간 운행 정지했을 뿐인데 4개월의 징역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재판부가 우리에게 유죄가 아닌 무죄를 판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번 시위는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고 버스 운행을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표는 이날 몸에 쇠사슬을 묶은 채로 시위에 나섰다. 박 대표는 “대화를 원한다”며 “지난해 12월3일부터 외쳤던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해달라. 장애인 권리 예산이 얼마나 책정된 것인지 밝혀달라. 국민의힘이 성실히 (면담에) 임하고 답을 준다면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이날 오전 8시51분쯤 2호선 열차 안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진석 기자전장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8시23분쯤 교대역에서 당산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 10명을 포함해 전장연 관계자 30여명이 참여했다. 해당 열차는 단체 관계자, 경찰, 시민들로 가득 차 북새통을 이뤘다. 인파가 몰리자 한 시민이 넘어지기도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휠체어를 열차와 플랫폼 사이에 끼워 넣어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 박 대표는 휠체어를 끼워 넣은 상태로 마이크를 들고 “장애인도 교통수단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목에는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해주십시오”라고 적힌 종이를 걸었다.
열차는 교대역에서 약 20분 정차한 뒤 출발했으나 서초역에서 전장연 회원들이 지하철 출입구를 막아선 탓에 또 한번 출발이 지연됐다. 서초역에서 열차 출발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경찰과 전장연 활동가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랑이 도중에 경찰의 무전기와 경광봉이 망가지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하철 입구를 가로막아 열차를 지연시키는 행위가 철도안전법,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반복해서 고지했다.

2호선 열차를 이용하던 일부 시민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택시비 줄 거냐”라며 “심각한 민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은 “같이 살자고 말하면서 시민들을 볼모로 잡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몇몇 시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하차했다. 반면 익숙하다는 듯 소란 속에서 잠을 청하는 시민도 있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교대역과 서초역에서 열차가 정차하도록 한 후 다시 탑승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서초역에서 열차가 정차한 이후에 추가 정차는 없었다. 오전 9시 45분에 당산역에서 하차한 참가자들은 지하철 9호선으로 환승한 뒤 국회의사당 국민의힘 당사로 향했다.
이날 시위로 2호선 열차가 1시간 8분가량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호선에서 전장연 시위가 오전 8시23분에 시작해 10시9분에 끝났다”며 “활동가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다보니 뒤에서 오는 열차도 지연되면서 전체적으로 1시간8분 동안 열차가 지연됐다”

이날 오전 9시쯤 전장연 관계자와 경찰, 취재진, 서울교통공사 관계자가 시위가 진행되는 2호선 열차 내에 탑승한 모습. /사진=김진석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진석,박수현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세계철강협회장 취임
- 가온칩스, 일본 현지법인 신설…글로벌 시장 진출 박차
- 현대차그룹, 복지시설에 레이 특수차량 30대 기증
- 유명 피아니스트, 이혼소송 중 아내에 ‘음란사진’ 전송…검찰 송치
- “브레이크인 줄” 80대 운전자, 계단으로 돌진…행인 양다리 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