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 1천700만 흥행감독 한재림 vs 감독 데뷔 이정재
현실 같은 허구 ‘비상선언’…허구 같은 현실 ‘헌트’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외계+인’ 1부와 ‘한산: 용의 출현’이 상영 중인 가운데 ‘비상선언’과 ‘헌트’가 합류해 한국영화 4파전이 벌어진다.
3일과 10일 연달아 개봉하는 두 영화는 모두 칸영화제 초청작이다. ‘비상선언’은 지난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헌트’는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다.
두 영화의 여름 대작 2라운드는 수백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작품끼리 경쟁이기도 하지만 누적 관객수 1천700만 명의 ‘흥행 베테랑’ 한재림 감독과 ‘신인 감독’ 이정재의 맞대결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 300억원·233억원 대작…거대 항공기 세트부터 다채로운 액션까지

앞서 개봉한 ‘외계+인’·’한산’과 마찬가지로 ‘비상선언’과 ‘헌트’도 거액의 제작비를 들였다.
‘비상선언’ 제작비는 300억 원, 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수는 500만 명이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김남길, 김소진 등 캐스팅도 화려하다.
가장 큰 볼거리는 실제 항공기로 제작된 세트다. 세트는 구형 보잉777 기체로 두 달 동안 제작됐다. 비행기가 흔들리거나 뒤집히는 장면은 지름 7m, 길이 12m에 달하는 세트를 짐벌(Gimbal)로 360도 회전시켜가며 찍었다. 할리우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헌트’ 제작비는 233억 원, 손익분기점은 420만 명이다. 주연 이정재·정우성만큼이나 특별출연진도 쟁쟁하다. 박성웅, 유재명, 이성민, 조우진, 주지훈, 황정민 등이 깜짝 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미국 워싱턴을 시작으로 서울과 일본 도쿄, 태국 방콕 등을 배경으로 화려한 액션을 펼쳐 보인다. 인물들이 뛰고 구르며 벌이는 총격전부터 폭파 장면, 차량 추격전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상반된 작품 구성과 내용…인물 묘사·전개 방식도 차이

두 영화는 모두 거대한 제작비와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구성과 성격에서는 차이가 있다.
‘비상선언’은 생화학 무기로 항공기를 테러한다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지난 3년간 전 세계가 경험한 팬데믹 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감염자와 비감염자, 접촉자와 비접촉자로 나뉘며 벌어지는 승객 사이 갈등은 코로나19 사태 속 우리 모습과 닮아있다. 항공기 착륙을 두고 발생하는 국가 간 갈등과 집단 이기주의도 마찬가지다.
‘헌트’는 아웅산 폭탄 테러, 미그기 귀순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 속 굵직한 사건들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이들을 잡아 가둔 뒤 고문하고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내는 안기부 등 1980년대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
그래서 두 작품의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비상선언’은 국적 항공기와 승객이 주인공이지만 팬데믹을 겪은 전 세계가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헌트’는 미국·일본·태국 등 다양한 국가를 오가며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한국 현대사의 맥락을 벗어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다. 칸영화제 당시 외신들이 “스토리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평가를 내놓은 이유다.
전개 방식도 차이가 있다. ‘비상선언’은 처음부터 테러범을 특정한 뒤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헌트’는 간첩이 누구인지 끝까지 추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두 작품이 타깃으로 하는 관객층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면서도 “‘비상선언’은 재난영화와 블록버스터 성격이 강한 반면 ‘헌트’는 한국 현대사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상 기사

stop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2/08/03 08:52 송고
김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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