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석환(31)은 지난 해 팀의 복덩이로 통했다.
LG에서 트레이드로 건너 와 불방망이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양석환은 지난 해 13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3 28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에 큰 힘을 보탰다. 김재환과 쌍포를 이루며 두산의 홈런을 책임졌다. 두산은 우타 거포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로 양석환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홈런 기계’라는 기분 좋은 별명도 붙었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도 대단히 높았다. 한 해 반짝 할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와 함께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아픈 거포는 힘을 쓰지 못했다. 5월을 거의 날린 뒤 22일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나름 제 자리를 찾는 듯 했다.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홈런 본능은 살아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양석환의 홈런 페이스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아주 못했다고 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인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양석환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62 9홈런 29타점이다.
장타율이 0.434로 떨어졌고 출루율도 0.327에 그치고 있다. OPS가 0.761로 수준급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장타율이 0.490이나 됐던 양석환이다. 장타율이 크게 떨어지며 타석에서의 임팩트도 줄어들었다. 공을 지나치게 앞에다 놓고 치는 약점이 크게 도드라졌다.
타격에 능통한 A해설 위원은 “양석환은 게스 히팅을 하는 타자다. 타이밍을 앞에다 놓고 자신있게 힘 있는 스윙을 돌리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은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슬럼프가 길어질 수 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 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중심 타자로서 제 몫을 못하면 부담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유형이다. 기록상 대단히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 해 보여줬던 임팩트는 다시 찾지 못하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해 더욱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 있는 스윙을 되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산은 현재 5강을 향한 힘을 짜내고 있는 상황이다. 송승환 등 새 얼굴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양석환은 잠잠하다. 지난 7월5일 키움전서 2개의 홈런을 몰아친 뒤 32일째 홈런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홈런 갯수가 9개에 멈춘지 한 달이 지났다.
양석환의 부활이 없으면 두산의 5강 추격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새 얼굴들의 등장으로 힘을 내고는 있지만 꾸준한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주축 선수의 존재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재환까지 부상으로 엔트리서 이탈했다. 이럴 때 양석환의 방망이에서 홈런포가 터져줘야 한다. 지난 해 보여줬던 폭발력이 되살아 나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양석환의 홈런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하지만 양석환의 방망이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홈런 공백이 너무 길다. 두산이 꿈꿨던 잠실 거포의 탄생은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수 있는 위기에 놓여 있다.
양석환은 절박한 두산의 기다림에 보답할 수 있을까. 그의 방망이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두산의 5강 추격은 오래지 않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그의 홈런이 필요할 때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