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협치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도 무산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도 사실상 보이콧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다만 여야 법사위원들은 최종 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남은 정기국회에서 민생입법 예산 처리를 제외한 남은 전력을 윤석열 정부의 정치탄압 규명에 쏟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이날 의원총회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검찰의 칼끝에 선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진실은 명백하다”면서 대선 자금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만약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대선 자금으로 줬다는 주장이 맞다면 남욱이라는 사람이 작년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 안 먹히더라’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며 “‘우리끼리 주고받은 돈 이런 것은 성남시장실이 알게 되면 큰일 난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 이런 얘기들이 내부 녹취록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며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명된 지 얼마안 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빌미로 ‘정치보복’을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김 부원장이 지난 11일에 임명되고 단 세 차례밖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딱 세 번 출입한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수사를 빌미로 검찰이 제1야당 중앙당사를 밀고 들어왔다. 민주화 이후 이처럼 국가적 긴급 현안을 내팽개쳐 둔 채 무도하고 뻔뻔하게 야당 탄압, 정치보복에 전면 나섰던 정권은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사상 유례없는 검찰 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169명 의원 전원은 오늘부터 비상 시국에 따른 비상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남은 정기국회에서 민생입법 예산 처리를 제외하고 각종 윤 정권 의혹 정치탄압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도 이날 의총에서 ‘윤석열정권 정치탄압 규탄문’을 내고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퇴행적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규탄문에서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라. 이 무도한 정권의 행태를 ‘정치보복’이란 말을 빼고 설명할 길이 있는가”라며 “오늘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 정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협치는 쓰레기통에 처박혔고, 나라의 경제·안보는 백척간두에 섰다”고 했다. 이어 “거짓과 위선, 무능과 탄압으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무도한 정권의 음모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 중단과 정권 차원의 정치 탄압 중단, 검찰총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다만 국감은 법사위를 제외하고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감은 민생을 지키고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하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라면서 “정부·여당은 민생을 팽개쳤지만, 민주당은 민생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상황에서도 국감에는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대검찰청 등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는 논의를 더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법사위 의원들은 국감이 예정된 이날 오전 압수수색 시도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중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문책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국감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야당 의원 불참 속에 열린 국회 법사위 국감에선 야당을 향한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반발하며 국감장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매우 유감”이라면서 “법치와 정의를 막아서는 거고 국민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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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연|박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