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님과 부서원들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원사업장에서 DX(디바이스경험) 부문 간담회에서 나온 한 직원의 깜짝 요청이다. 이 부회장은 흔쾌히 승낙한 뒤, 해당 직원의 휴대폰으로 함께 영상을 촬영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격의 없는 소통 행보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복권된 이후 일선 임직원들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수원사업장에서 DX(디바이스경험)부문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VD(영상디스플레이)와 MX(모바일경험), 생활가전, 네트워크사업부 등에서 여러 직군의 MZ세대 직원들이 참석했다. △MZ세대의 관심사와 고민 △MZ세대가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방안 △경력 개발 로드맵 등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회사 생활 애로사항을 비롯해 일상적인 얘기도 직원들과 나눴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아직 코로나19(COVID-19)에 걸리지 않았다며 직원들에게 “걸렸던 사람이 있느냐. 사람마다 다르던데 어느 정도로 아팠냐”거나 “휴가들은 다녀왔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얼마전 다녀온 여름 휴가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평생 처음으로 어머니(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와 단둘이 5박6일 휴가를 보냈다”면서 “하루는 방콕(집콕)하면서 어머니 추천으로 드라마 시청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한 직원이 ‘어머니랑 안 싸웠냐’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웃으며 “싸우지 않았다”고 답한 것 전해졌다.
이어진 ‘어머님이 부회장님께 잔소리는 많이 하시냐’는 물음에는 “어머니가 아들 걱정에 비타민 많이 먹어라, 맥주 많이 마시지 말라는 얘기를 하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DX부문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은 한 직원이 이 부회장에게 자신의 핸드폰 속 본인이 개조한 자동차를 직접 보여주며 취미를 소개하는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이 부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직원 한 명 한 명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다양한 요청이 이어졌는데, 이 부회장이 기꺼이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한 여직원은 손으로 갤럭시Z플립이 90도로 꺾이는 포즈를 취하면서 이 부회장에게도 같은 포즈를 취하자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본인 휴대폰도 꺼내 같이 꺾이는 포즈를 취해줬다고 한다.
한 남자 직원은 이 부회장에게 자신을 ‘자동차 마니아’로 소개하면서 격식 없이 대화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자신의 핸드폰 속 본인이 개조한 자동차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복권된 이후 일선 임직원들, 특히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첫 공식일정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부문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닷새 만인 지난 24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를 방문했다. 삼성 관계자는 “향후 다른 사업장도 순차적으로 방문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이날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전략 제품과 서비스 관련 보고를 받기도 했다. 보고는 경영진으로부터 받는다는 틀을 깨뜨린 파격이다. 직원들은 각자가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Neo(네오) QLED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제품 특징과 컨셉을 직접 소개하고 시연했다. 이들 MZ세대 직원 중에는 20대 신입사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경영진이 아닌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전략 제품과 서비스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문화는 물론 전략 제품과 서비스에서도 MZ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뉴삼성이 가져올 변화의 한 장면을 임직원들에게 보여준 것”이라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DX부문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인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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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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