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은행에서 3억원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씨는 지난달 대출금리 변경 문자를 받은 뒤 금리 상승기임을 비로소 실감했다. 대출 당시 2.70%였던 금리를 2배 가까이 오른 5.10%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지표금리인 금융채 1년물이 1.20% 수준에서 3.60%로 2.40%포인트(p) 오른 영향에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2.25→2.50%)으로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사이 이어진 가파른 금리 상승에 가계가 내야 하는 이자는 27조5000억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 기준금리가 3.00%까지 오르고, 물가 추이나 대외 변수 등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주택 구입용이나 생활자금 등의 대출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나 기존 대출자들 모두 한 푼이라도 이자를 줄이려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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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최고 연6% 상회…변동금리>고정금리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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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18~6.204%, 고정형(금융채 5년) 금리는 3.77~6.069% 수준이다. 주요 은행들의 잇단 대출금리 인하 조치로 최고 7%대를 넘었던 상단금리가 내려오긴 했지만 이미 6%를 웃돈다. 4대 은행의 전세대출(4.55~5.95%)과 신용대출(4.498~5.80%) 상단 금리도 6% 돌파가 목전이다.
특히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지표금리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7월 2.90%로 전월보다 0.52%p 급등했고, 계속되는 예·적금 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앞으로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례적인 건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보다 되레 싸다는 점이다. 고정금리는 통상 금리 변동 리스크를 은행이 져야 한다는 점에서 변동금리보다 비싼 게 일반적이다. 고정금리 주담대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건 대출 고객의 이자 부담 완화와 선택 유도를 위해 은행들이 고정형을 중심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장기 채권금리 상승세 둔화로 고정형의 지표금리인 금융채 5년물이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였는데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는 크게 오르고 있다”며 “지표금리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난 것도 지난달부터 일시적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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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잔액, 신규코픽스보다 낮고 상승폭 완만…금리상한형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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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대출자라면 변동형보다 금리가 싸고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고정형과 함께 신잔액 코픽스가 지표금리인 변동형 대출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잔액 코픽스는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을 잔액에 포함해 산정하므로 신규 취급액 코픽스보다 낮고, 상승폭도 완만하다. 7월 기준 신잔액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2.90%)보다 1.28%p 낮은 1.62% 수준이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의 올해 연간 상승폭이 1.26%p인데 반대 신잔액 코픽스는 0.54%p에 그쳤다.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장기간 계속될지, 조만간 상승 기조가 꺾일지 예상하기 어려운 대출 고객이라면 신잔액 코픽스 대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에 “일선 영업점에서 대출을 판매할 때 신잔액 코픽스의 장점과 금리 수준 등을 충실히 설명하라”며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위해 관련 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연간 금리 상승폭을 최대 0.75%p, 향후 5년간 2%p 이내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가산금리 부담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은행들이 비용을 낮추고 금리를 내리면서 매력도가 커졌다.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약 한 달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건수는 410건, 취급액은 927억5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한 달 만에 지난 1년간 실적(취급건 81건, 취급액 155억원)보다 5배 이상 팔린 것이다.
대출금리 변경 문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존 대출자는 이자와 수수료를 비교하고 금리 추이에 맞춰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서민·실수요자는 3%대 고정금리의 환승 기회를 주는 안심전환대출을 받는 게 좋다. 지원대상은 변동형이나 혼합형(5년 고정 뒤 변동) 주담대를 가지고 있는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1주택자다. 주택가격은 시세가 4억원 이하여야 한다.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승진이나 급여 상승 등 상환 능력이 커지면 금리를 내려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활성화를 위해 이달 말 각 금융업권별 협회·중앙회 홈페이지에 지난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공시하도록 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실적 공개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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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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