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거포는 투혼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kt 위즈 내야수 박병호는 지난달 10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다 심한 발목 부상을 입었다. 모두가 걱정할 정도의 부상이었다. 당시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아웃을 고려할 정도였다.
모두가 수술을 권했지만, 박병호는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을 통해 박병호는 27일 만에 복귀했다. 복귀 후, 그는 대타로 나서며 컨디션을 예열했고 2타석 연속 대타 홈런이라는 기록도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도 “대단하긴 정말 대단하더라. 보면서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가을야구를 나섰다. 올해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는 ‘박병호 시리즈’라 불렸다. 지난해까지 키움을 대표하는 거포였던 박병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친정을 상대로 박병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또 천재타자 이정후와 상대해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많은 팬들은 궁금해했다.
박병호가 보여준 활약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리즈 내내 안타를 쳤다. 1차전에서는 추격을 알리는 홈런으로 힘을 줬다. 이강철 감독도 1차전 홈런을 보고 “홈런이 나오는 걸 보고 정말 짜릿했다. 역시 박병호더라. 항상 나를 놀?L키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특히 시리즈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던 4차전은 왜 kt 팬들이 박병호를 원했는지, 기다렸는지 보여줬다.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7회 완벽한 발목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2루타를 만들었다. 또한 준PO 한 경기 4안타를 친 20번째 선수가 되었다.
시리즈 마지막 5차전에서도 박병호는 제 역할을 했다.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투혼을 발휘했다. 자신의 첫 우승을 위해 그 누구보다 헌신했다. 아파도 참고 뛰었다. 웃지는 못했다. kt는 키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3-4로 패하며, kt의 가을은 끝났다.

그래도 박병호의 활약은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준PO 19타수 10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타율이 무려 0.526이다. 양 팀 선수 가운데 타율이 가장 높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 선수가 아픈 선수였는지 모를 정도의 최고의 기록이다.
지난 두 시즌, ‘에이징 커브가 왔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박병호는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35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다시 가져왔다. 올 시즌 박병호는 124경기에 출전해 0.275(429타수 118안타) 35홈런 98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908을 기록했다. 만약 시즌 후반 부상이 없었다면 40홈런은 물론이고 100타점 이상도 기록했을지 모를 정도의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강백호가 없는 상황에서 1루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모두가 놀란 질주를 보여준 박병호의 가을은 끝났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투혼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강철 감독도 “정말 간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열심히 해주고 있다. 모든 선수가 잘해주고 있지만 특히 더 고맙다”라고 고마워했다.
이제는 내년을 준비한다. 국민거포가 보여준 투혼을 kt 팬들은 기억하며 내년을 기다린다.
고척(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