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사망한 아들의 죽음을 25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받았지만, 인정받기 전 유족급여를 소급해서 지급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의 아들 B씨는 1991년 공군에 병사로 입대해 공군제1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중 1992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군은 B씨의 사망을 단순 자살로 보고 ‘기타 비전공상자’로 구분했다.
A씨는 2006년 ‘아들의 사망이 의심스럽다’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듬해 “망인이 신병으로서 운전 교육을 받고, 졸병으로서 선임병들의 심부름·내무반 청소 등을 도맡아 하면서 고생했다는 사실과 부내 내에서 간혹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될만한 부대 생활의 부조리나 구타·가혹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A씨는 2014년 서울지방보훈청장에 국가유공자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유족 등록신청을 했다. 하지만 청장은 보훈심사위원회를 통해 “고인이 군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였다거나 구타, 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자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 3월 A씨는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아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심사위는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며 B씨를 ‘순직 III형’으로 결정했다.
이에 A씨는 2017년 6월 재차 서울지방보훈청장에 유족 등록신청을 했다. 청장은 2017년 11월 보훈심사위를 거쳐 B씨를 재해사망군경으로, A씨를 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B씨가 사망한 지 25년 만에 공무수행 중 사망했단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국가의 수호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봤다.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약 8개월 동안 후임 기수가 들어오지 않아 B씨가 선임병들의 식판 설거지, 청소 등 잡일을 도맡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선임병들이 B씨에게 A4용지 35장 분량을 암기하게 하고 암기 전에는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가혹행위를 한 점이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가는 A씨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한 2017년 6월분부터 유족급여를 지급했다.
A씨는 “사망일로부터 지나치게 오랜 기간이 지난 후부터 유족에게 보상하기 시작했다”며 사망 직후부터의 유족급여 1억60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이 있었다며 손해액 48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훈보상대상자에게 지급할 보상 내용은 국가의 재정부담능력 등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다”며 “원고에 대한 처분은 지급대상자의 범위 파악과 보상 수준 결정에서 용이성, 국가의 재정적 상황 등 입법정책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입법재량 범위를 넘어 원고의 인간다운 생활 할 권리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해 행정처분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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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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