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선수단이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안우진(맨 오른쪽)을 반기고 있다.
키움 선수단이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안우진(맨 오른쪽)을 반기고 있다.

“그냥 경기를 끝낸 정도가 아니라 K.O. 펀치를 날린 느낌이다.”

최주환(34)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나온 김강민(40·이상 SSG 랜더스)의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40세 베테랑의 홈런 하나에 SSG 선수들과 홈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듯 열광했다. 그만큼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니라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반대로 키움 선수단은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끝내기를 허용한 마무리 최원태(25)는 한참을 마운드에서 떠나지 못했고 절친 송성문(26)이 다독였음에도 고개를 쉽게 들지 못했다.

8회초까지 계획대로 진행됐고 가장 믿었던 두 사람이 무너졌기에 심적인 타격은 더욱 컸다. 에이스 안우진(23)이 손가락 물집 부상 재발 위험에도 6이닝 동안 공 100개를 던져 무실점 피칭을 했다. 타선에서는 침묵하던 이정후(24)와 김혜성(23)이 각각 멀티히트로 살아났고 다른 타자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4-0 리드에서 8회 김재웅(24)이 최정(35)에게 좌월 투런포, 9회 최원태가 김강민에게 좌월 스리런을 맞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누구도 탓하기 어렵다. 김재웅은 올해 정규시즌 리그에서 12번째로 많은 이닝(62⅔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흔들림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무려 9일간 치러진 8경기 동안 159개의 공을 던졌다. 멀티이닝도 마다하지 않는 역투로 키움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은 김재웅의 공은 힘이 빠져있었다.

키움 송성문(오른쪽)이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한국시리즈 5차전 패배 직후 최원태를 다독이고 있다.
키움 송성문(오른쪽)이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한국시리즈 5차전 패배 직후 최원태를 다독이고 있다.

키움 송성문(오른쪽)이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한국시리즈 5차전 패배 직후 최원태를 다독이고 있다.
지친 김재웅을 구원한 것이 최원태다. 시즌 막판 생긴 골반 통증을 안고 뛰고 있지만, 한국시리즈 들어 3경기 연속 무자책 피칭을 하면서 김재웅의 어깨를 거들었다. 하지만 최원태 역시 준플레이오프부터 8경기 동안 159개의 공을 던진 것은 마찬가지였고, 높게 들어간 177구째 실투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령탑은 결과보단 여기까지 온 과정에 집중했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김강민의 홈런이 최원태의 실투였냐는 물음에 “야구가 그렇다. 공 하나에 승패가 좌우된다. 최원태는 최선을 다했다”며 감쌌다. 그러면서 “지긴 했지만,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경의를 표한다. 안우진, 양현, 김재웅, 최원태까지 잘 던져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다. 최선의 선택이었고 후회는 없다”고 선수들의 헌신에 주목했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발언이기도 했다. 누가 봐도 위기인 상황에서 순리대로 필승조가 차례로 등판했고 SSG 베테랑들은 실투 하나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정규 시즌이었다면 144경기 중 흔히 볼 수 있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경기가 1패가 치명적인 한국시리즈에서 나온 것이 아쉬울 뿐 누구 하나 탓하기 어려운 과정과 결과였다.

담담한 수장의 분석과 격려에 키움은 다시 뛸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 여기에 패배 때마다 팀을 하나로 모으는 베테랑 이용규(37)가 있다. 이용규는 3차전 패배 직후에도 “이제 겨우 시리즈 절반 넘어갔다. 아직 절반이 남았으니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고 말하며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주장의 한 마디는 4차전 승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키움은 8일 같은 장소에서 SSG와 다시 마주한다. 상대 선발은 2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완벽히 눌렸던 윌머 폰트(32)다. 키움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경기마다 팀을 구해낸 타일러 애플러(29)가 선발로 나선다. 애플러는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시리즈를 리드하는 승리를 안겨줬고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승리를 가져왔다. 이정후와 김혜성 등 주축 선수들도 살아났다. 남은 것은 또 한 번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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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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