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채권형 펀드는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5거래일간 5202억원이 순유출됐다. 361억원 순유입된 지난 2일을 제외하면 4거래일에 걸쳐 5000억원 넘게 순유출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자금경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23일 이후부터 자금 유출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2조7133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는 것에 대해 채권시장 불안감 심화 및 자금경색 문제를 이유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시중에서 자금이 마르다 보니 채권펀드에서 환매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금유출이 일어나면 매도를 해야 하는데, 최근 시장에서 경색이 심해 매매가 어렵다 보니 급매되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하는 점도 자금 유출을 심화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기준금리가 5%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양적긴축(QT) 등 긴축 조치들은 자산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어음(CP) 중심으로 매입하는 등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자금 유동성은 부족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중자금 흐름이 이어지지 않다 보니 단기채 위주로 자금유출이 늘어난다”며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급등에 따라 금리와 안정성이 높아진 은행의 예·적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도 채권형 펀드 자금 이탈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9월말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56조2000억원 급증하며 2002년 1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안한 채권시장이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유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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