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국 중고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현지 완성차 생산이 끊기자 러시아로 향하는 한국산 중고차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무역협회 품목별 수출 통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9월 러시아향 중고차 수출액은 1억2517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전체 수출액이 663만달러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 이미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 수출액 집계에는 화물·버스 등 상용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물량이 많지 않은 품목은 제외했다.
러시아는 과거 우리나라로부터 대형버스 등 일부 차종에 한해 중고차를 많이 수입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승용차 물량이 급증했다. 전쟁 후 서구권 완성차 메이커 상당수가 철수하면서 러시아 현지 생산공장이 멈춘 데다, 해외 각 공장에서도 러시아로의 신차 수출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잔류해 있는 러시아 완성차 업체도 외부로부터 부품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공장을 가동중인 현대차·기아 역시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사실상 멈춘 후 재고 물량만 팔아오다 8월 들어서는 이마저도 끊긴 상태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 후 러시아 내 공장이 폐쇄되거나 제대로 가동을 못하면서 현지 바이어가 한국에 와서 중고차를 많이 찾고 있다”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비롯해 최근 승합차도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러시아로부터 자동차 수입이 많았던 카자흐스탄 등 인근 나라에서도 한국산 중고차 문의가 많다”며 “한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현지인이 구매를 하고 이를 중개해주는 쪽으로도 물량이 많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간 우리나라 중고차를 많이 수입해가는 곳은 요르단·리비아 등 중동지역이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우핸들을 쓰는 데다 값싸고 품질이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한국산 중고차 수요가 꾸준히 많은 곳이다. 요르단은 우리나라 중고차 제1 수입국으로 올해 1~9월 1억7700만달러가량 수출됐다.
연말까지 수출을 감안하면 지난해(2억3649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로 향하는 한국산 중고차는 줄었다. 현지 정치적 상황 탓에 차량구매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밖에 칠레나 터키 같은 곳에서도 한국산 중고차를 많이 찾는다.
세계 최대 완성차 생산·소비 국가인 중국이 최근 들어 해외 수출을 늘리면서 주요 타깃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를 삼고 있으나 아직 현지 소비자 사이에선 품질 등 신뢰가 낮은 편이다. 일본 역시 러시아향 수출 물량이 대폭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쪽 수출 물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단가가 비싸 수출업체나 중개업체 쪽에서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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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유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