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받은 치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A씨가 받은 치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 배달 기사가 손님이 주문한 치킨을 포장 없이 배달했다. 알고 보니 배달 기사가 치킨을 빼 먹었다는 주장을 담은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기사가 치킨을 몰래 빼먹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글쓴이 A씨는 2년 넘게 즐겨 먹는 한 브랜드의 순살 치킨을 주문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순살치킨을 주문한 뒤 초인종이 울리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배달 기사는 비닐 포장도 없이 치킨을 담은 상자와 콜라, 무만 덩그러니 주고 갔다.

치킨을 확인하고선 느낌이 좋지 않았던 A씨는 곧바로 치킨집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비닐 포장 없이 온 적이 없었다. 사장은 비닐에 (치킨 상자를) 넣고 묶어서 보냈다고 하시더라”라며 치킨을 들고 직접 가게에 찾아갔다.

사장도 치킨 상태를 보곤 당황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가 공개한 사진 속 치킨은 양념이 상자 곳곳에 묻어있었지만, 일부 조각이 없어진 듯 조금은 휑한 모습이었다. 마치 한쪽으로 쏠린 듯 빈 공간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배달 기사만 혼내려고 했다고. 그는 “배달 기사분 오셔서 깔끔하게 인정하면 사과받고 가려고 했다”며 “그러나 배달업체 사장이 그 기사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길래 1~2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전화를 받길래 ‘절도죄다.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사과하고 인정하면 그냥 돌아가겠다’고 하니, 배달 업체 사장이 경찰에 신고하라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고 전 아는 경찰 지인에게 연락한 A씨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그는 “제가 치킨을 받기 전까지는 가게 사장 소유고, 치킨을 받아야 제 소유가 되는 거라고 하더라”라며 “선결제를 해도 상황이 이러니 제가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가게 사장님만 신고가 가능해서 그냥 새 치킨 받아서 2시간 기다리다가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배달된 음식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음식에 대한 소유권이 해당 음식을 만든 가게 사장에게 있다. 음식값을 미리 지불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배달 기사를 ‘고소’할 수 있는 주체는 가게 사장인 것이다. 소비자는 직접 배달 기사를 ‘고발’할 수는 있지만, 배달 기사가 음식물을 빼먹었다는 증거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A씨는 “치킨집 사장 입장에서는 배달 업체가 갑(甲)이고, 혼자 운영하시니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배달하는 사람을 ‘딸배'(배달 기사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가면서도 저도 이제는 색안경 끼고 볼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락 안 된다는 그 배달 기사는 치킨집을 두 번이나 돌더라. 이제 앱으로 배달 안 하고 픽업하면 2000원 할인되니, 픽업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배달 기사가 음식을 가로챈 건 형법에서 절도죄가 아닌 업무상 횡령죄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불법적으로 가로채는 행위이기 때문에, 배달 기사가 음식을 가로챈 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음식점에 직접 고용된 배달 기사든, 배달 대행업체 기사이든 음식점주 소유의 음식물을 보관·위탁받은 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업무상 횡령죄는 징역 10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sby@news1.kr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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