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는 키가 커서 잘 보일 거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들 대부분이 시험을 마치는 17일 오후 4시37분쯤 서울 시내 곳곳 고사장 앞은 수험생을 기다리는 이들로 가득했다. 친구, 연인, 자녀 등 각자 기다리는 사람들은 달라도 수험생이 나오자 “수고했다”며 덕담을 건네는 모습은 한결같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꽃다발이나 선물을 건네며 수험생들의 수고를 위로했다.
이날 오후 4시쯤부터 비교적 한산했던 고사장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서 접수를 기준으로 이날 수능 응시자 50만8030명 중 14.6%인 7만4470명이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까지 응시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4교시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가 끝나는 오후 4시37분까지 수능을 치렀다.
4교시가 막 끝난 오후 4시40분쯤 기준 서울 서초구 서초고 앞에는 6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송파구 방산고 앞에는 같은 시간 70~80여명의 사람이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은미씨(46)는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여덟살배기 딸과 함께 방산고 앞에서 고3 수험생 아들을 기다렸다. 구씨는 “오빠 언제 나오냐?”고 묻는 딸에게 “오빠는 키가 커서 잘 보일 거야”라고 했다. 딸의 손에는 파란색, 하얀색, 분홍색이 섞인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구씨는 “파란색 꽃에는 아들의 앞날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후 4시50분쯤 서울 송파구 방산고 앞. 수능 4교시를 마치고 나온 재수생 공준표씨(19)가 여자친구 김혜림씨(19)에게 받은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4교시가 끝나고 오후 4시40분을 넘어서자 교문이 열리며 수험생들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대학생 김혜림씨(19)는 재수생 남자친구 공준표씨(19)를 만나자마자 포옹과 함께 꽃다발을 건넸다. 김씨의 손에는 ‘수고했어 준표야’라는 문구를 담은 케이크도 들려있었다. 공씨는 “재수하느라 술을 오래 참았는데 오늘 부모님, 여자친구와 함께 회에 소주를 원없이 마실 것”이라고 했다.
곳곳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강금숙씨(52)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능을 치른 딸 차서영양(18)을 만나자마자 꽉 껴안았다. 강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차양은 “엄마가 세게 안아서 안경에 얼굴 자국 남았다”고 웃으며 투덜거렸다.
이어 차양은 함께 수능을 치른 친구들과 부둥켜안고 “수고했다”며 서로를 달랬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후 4시40분쯤 서울 송파구 방산고 앞. 구은미씨(46)가 딸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수험생 아들을 기다리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서초구 서초고에서는 한 수험생이 어머니를 보자마자 오열하면서 끌어안는 장면이 연출됐다. 어머니가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자 진정된 이 수험생은 금세 진정돼 어머니와 함께 수험장을 떠났다.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얼굴에선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했다. 송파구 방산고에서 수능을 치른 김지웅군(18)은 “서울 소재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면 재수할 생각인데 지금 느낌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능 끝났으니 탈색하고 싶다. 색깔은 애시그레이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박모군(18)은 “시험은 지나갔으니 실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32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서초고등학교 앞에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돌그룹 팬들이 모여 있다./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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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박수현,김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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