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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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공포감이 듭니다. 열차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날이 많은데 늘 걱정됩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압사 사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매일 출퇴근을 하는 시민들은 밀집된 지하철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전동차 혼잡도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9개 노선 중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 최대 혼잡도 100%를 넘어선 노선은 1·6호선을 제외한 7개였다. 혼잡도는 지하철 한 칸 정원 160명(100%)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노선은 9호선이다. 월평균 혼잡도는 급행열차가 150%, 일반은 86% 수준이지만 출근시간대는 급행열차의 혼잡도 평균치가 155.6%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전 7~8시 사이 노량진역에서 동작역으로 가는 9호선 열차의 지난해 혼잡도는 185%에 달했다. 전동차 한 량에 약 300명이 타고 있는 수준이다.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전 9호선 혼잡도는 200%가 넘었다. 압사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피조차 어려운 환경이란 의미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우선 지하철 9호선에 2024년 새 전동차 48칸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6칸 열차 8편성이 더 운행되면 현재 150% 수준인 급행열차의 혼잡도가 120% 정도로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출근 시간대 인파가 밀집되는 주요 역사에 역무원과 안전요원 등 39명의 안전 인력도 배치하기로 했다.

지하철 정시 운행과 안전 운행을 돕는 ‘승·하차 질서도우미(일명 커트맨)’가 14년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당시 승객들의 무리한 탑승시도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공사는 지하철 1~4호선에서 ‘커트맨’ 제도를 시범·운영했다.

문제는 9호선 혼잡도만 해결한다고 압사 사고에 대한 공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8호선에도 혼잡도가 높은 노선이 많다. 지하철 칸마다 적정 인원을 정하고 탑승하는 방식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과밀 공간에 대한 위험성을 쉽게 인지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밀 공간에서의 압사 대처 방안에 대한 홍보 영상은 전무하다.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 열차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익홍보 영상은 역사 화재시 대피요령, 열차 내 화재시 대피요령, 선로 유실물 처리방법, 열차 내 금지행위 등이다. 또 지하철 불법촬영, 성추행 등 범죄예방, 스마트폰 보며 걷지 않기 등과 같은 지하철 에티켓을 보여주는게 끝이다. 이마저도 새 전동차가 없는 1·4호선 승객들은 확인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이 무뎌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예측 실패’를 지목했다. 일상의 출퇴근길에서도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에게 압사 위험을 경고하며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는게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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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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