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시절,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시작하는 11월 중순, 팬데믹으로 문을 열지 않거나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던 작년과 달리 어느 정도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유럽 각지의 도시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준비로 분주하다.
유럽 전역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얼핏 보기엔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 저마다의 특색이 합쳐져 있어 각 지역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들려보는 건 도시 고유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기도 하다.
특히나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와 국경을 접한 프랑스 도시들은 타국의 문화가 섞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많은 여행객이 모이는 대규모의 파리 크리스마스 마켓이 대표적이다.
다만 파리가 너무 유명해 좀 더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그 대안은 넘친다.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도 각 도시별 개성을 살려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한다. 이 시즌만을 고대했던 사람들에게 ‘2022 프랑스 지방 크리스마스 마켓’ 4곳을 소개한다.
01 스트라스부르, Strasbourg 11월 25일 ~ 12월 23일 |
‘크리스마스의 수도’라고 불리는 ‘스트라스부르’는 알자스 주(Alsace)의 중심 도시로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자리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1570년에 처음 열렸다.
매년 약 200만 명이 찾는 이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프랑스 그 어느 지역도 견주지 못할 정도의 성대한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오두막집 모양의 임시 상점들로 가득한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랑드일 지구(Grande Île district)를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장소에서 열린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앞에 열리는 마켓이 가장 규모가 크지만 여러 크리스마스 마켓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브로일 광장(Place Broglie)에서 열리는 ‘아기 예수의 시장(market of the baby Jesus, 알자스어: Christkindelsmärik)’이다. 프랑스 첫 크리스마스 마켓이 바로 이 광장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렸다.
이 밖에도 오스테를리츠 광장(Place d’Austerlitz) 마켓에서는 크리스마스 음식에 사용하는 식재료를, 뫼니에 광장(Place des Meuniers) 마켓에서는 다양한 알자스 지방 전통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시나몬, 정향, 시트러스 향이 가득한 달콤하고 따뜻한 와인, ‘뱅쇼(Vin Chaud)’ 한 잔은 절대 잊지 말고 맛봐야 한다. 바삭하고 시나몬 향이 가득한 알자스 지방 대표 크리스마스 쿠키인 ‘브레들(Bredle)’를 구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쇼는 11월 25일부터 1월 8일까지 매일 오후 4시에서 11시까지 진행하며,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는 11월 25일부터 클레베르 광장(Place Kléber)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한다면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샤또 광장(Place du Château)의 회전목마도 좋지만, 스트라스부르 주요 지역을 구경하는 ‘보트 투어’나 ‘기차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이곳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는 좋은 방법이다.
02 콜마르, Colmar 11월 24일 ~ 12월 29일 |
또 다른 알자스 지방 도시이자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지인 ‘콜마르’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도시 전체가 특유의 포근함과 친근함을 풍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다.
전통 목조 건물 사이로 운하가 흐르는 구시가지, ‘쁘띠 베니스(Petit Venice)’ 지역과 중세 시대부터 19세기까지의 건축물이 가득한 콜마르 시내까지, 마을 전체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더해져 동화 속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6개 광장에서 운영하는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3가지가 있다. 우선 쁘띠 베니스에서 진행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마켓’이다. 43개의 알록달록한 오두막에서는 따뜻한 사과주스를 맛볼 수 있다.
회전목마와 퍼레이드 구경뿐 아니라 이곳에 자리한 거대 산타 우체통은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해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대성당 광장(Place de la Cathédrale)에서 열리는 ‘구르메 마켓(Gourmet Market)’에서는 9명의 셰프가 굴과 알자스 지방 전통 음식 등으로 구성한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선보인다. 그 자리에서 바로 시식해볼 수도 있고 포장 구매도 가능하다. 미식가들이 선정한 다양한 알자스 특산물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쁘띠 베니스’ 운하에서는 어린이 합창단 공연이 열린다. 배 위에 앉아 아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을 들린다면 꼭 한번 시간을 내 감상해보자.
03 메스, Metz 11월 18일 ~ 12월 24일 |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타임즈(Times)가 선정한 최고의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한 곳이 ‘메스’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이곳의 상징인 대관람차를 중심으로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아르므 J. F 블론델 광장(Place d’Armes J.F Blondel), 생 자크 광장(place Saint-Jacques), 생 루이 광장(place Saint-Louis), 라 코메디 광장(Place de la Comédie)까지 5개의 광장에서 진행한다. 각 광장에 자리한 총 120여 개의 오두막집 모양 가판대에서는 메스 지역 공예품과 음식을 구경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메스 관광사무소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중심부를 따라 메스를 구경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콘서트, 팡파레, 오르간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인 산타클로스는 11월 19일부터 12월 24일까지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아이들을 기다릴 예정이다.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함은 시장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12월 4일에는 산타클로스의 기원인 ‘성 니콜라스 축제(Festivités de la Saint-Nicolas)’가 열린다. 선물을 나누어주는 축제 전통에 따라 오후 4시 40분부터 간식을 나누어주는 퍼레이드를 진행하니 이 시기에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자.
04 몽벨리아르, Montbeliard 11월 26일 ~ 12월 24일 |
‘역사와 예술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몽벨리아르’. ‘크리스마스의 불빛’이라는 뜻의 ‘레 루미에르 드 노엘(Les Lumières de Noël)’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몽벨리아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과거에 뷔르템베르크(Württemberg) 백작이 다스리던 공국인 만큼 독일식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이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도시의 역사적 중심지이자 도심의 중심부이기도 한 13세기 건축물, 생 마르탱 사원(Temple Saint-Martin) 주변에서 열린다.
2016년에 프랑스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선정되기도 한 몽벨리아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미식 도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음식 수준과 장인들의 공예품, 그리고 여기에 역사적 특수성과 따뜻한 분위기까지 합쳐져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인정받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몽벨리아르를 포함해 브장송(Besançon), 벨포르(Belfort) 등 스위스 국경과 맞닿아 있는 프랑스 동부 도시를 묶어 프랑슈콩테(Franche-Comté) 지방으로 부른다. 이 지방의 약 180명의 장인이 이곳에서 그들의 노하우를 살려 제작한 보석, 목공예품, 스카프, 도자기 등의 프랑슈콩테 특산품을 판매한다.
또한 몽벨리아르를 방문한다면 크리스마스 마켓 식료품 골목에서 판매하는 몽벨리아르 특산물인 ‘몽벨리아르 소시지’와 프랑슈콩테 지방 치즈인 ‘캉쿠아요트(CANCOILLOTTE)’는 꼭 기념으로 현지에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글=유세영 여행+인턴기자
감수=장주영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