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언론사가 아동학대 관련 사건을 보도할 때는 ‘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사건을 명명할 때도 피해아동의 이름을 넣은 ‘○○이 사건’ 등으로 부르는 것을 자제한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19일)’을 맞아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정부부처와 언론계(한국기자협회)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보도 유의 내용을 담은 권고 기준을 만들었다고 20일 밝혔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하고 아동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은 ▲아동 권익과 인권 ▲2차 피해 예방 ▲사실 기반 보도 ▲대응체계 안내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권고안은 우선 아동학대 사건 보도에서 ‘가족 동반 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의 표현 대신 ‘아동 살해 후 극단 선택’이라고 쓰도록 했다.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부모의 폭력을 표현할 때 ‘체벌’ ‘훈육’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민법 개정으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이 폐지된 상황에서 이 같은 표현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피해아동의 녹취록을 보도에 활용할 때는 보호자뿐 아니라 피해아동의 동의를 받고, 친권자 등 대리인의 의견이 피해아동의 의사와 다를 수 있는 만큼 이를 구별해 보도하도록 했다.

권고안은 또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인권 침해나 편견을 조장하는 국적, 가족 형태 등을 보도하는 데도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건을 명명할 때는 아동 이름을 활용한 ‘○○이 사건’과 같은 표현을 쓰거나 학대 정황을 기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피해자, 신고자, 학대행위 의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을 보도하지 않아야 하며, 종교나 국적, 가족 형태 등을 보도하는 것 역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지양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언론은 사실에 기반한 균형 보도를 해야 하며,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상세한 영상이나 사진의 사용, 악성 신고·제보 등에 유의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할 때는 아동학대 처벌 규정이나 의심사례 신고 번호(112)·상담 번호(129) 등 대응체계를 안내할 것도 당부했다.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은 이달부터 활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권고 기준이 학대 피해아동과 그 가족 등의 인권 보호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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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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