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거리응원은 승부만큼이나 빛났다. 이태원 참사로 ‘혼잡’에 대한 경계감은 한층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승화됐다는 평가다. 주최측과 경찰의 사전대응도 합격점을 받았다.
전날(24일) 오후 11시 58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여전히 아쉬운 마음에 응원봉을 흔들며 월드컵 응원가 ‘승리를 위하여’를 불렀다.
일부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지만 경찰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이동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은 1구역부터 5구역까지 나뉘어졌고, 광화문역에서 가까운 5구역부터 역차순으로 퇴장했다.
25일 오전 0시 10분쯤. 시민들이 빠져나간 광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곳곳에 쓰레기봉투가 비치돼 있었지만 치킨, 떡볶이 등 음식과 주류 용기, 머리띠와 태극기 등 응원용품이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한참 후까지 커다란 파란색 봉투를 들고 광화문광장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주웠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응원 장소가 아닌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며, 환경미화원과 함께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광화문광장에 거리응원을 온 직장인 김희주씨(44·여) “퇴장 순서가 늦어서 기다리는 동안 눈에 보이는 빈 병들을 치우다보니 지금까지 치우게 되었다”며 “사람들이 몰렸지만 다들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행동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에 나온 장민우(32)씨는 “한 나라의 거리응원 문화에는 경기 후 시민의식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한 자리에 쓰레기가 쌓여있고, 이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간다면 다른나라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대학생 이인주(29·여)씨도 “거리응원 후 남아서 다 같이 쓰레기를 줍는 문화가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며 “응원에 대한 열기가 아직 가지 않았는데, 쓰레기를 주우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니 여운도 남고 좋다”고 덧붙였다.
청소미화원 A씨는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응원을 온 시민들도 있었다”며 “시민들이 협조를 잘 해줘서 오늘은 쓰레기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환경미화원 곁에 놓인 쓰레기 봉투에 모은 쓰레기를 넣은 후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고 귀가하기도 했다.
광화문역 인근 호프집에서 경기를 관람한 서울 소재 대학원생 김지원(30·여)씨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멋진 플레이 해줬다고 생각한다. 가나전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는 ‘무승부’였지만 시민의식에서는 우리나라가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광화문 거리응원에는 2만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나, 행사는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거리 응원 행사 시작 전 철제 펜스로 광화문광장을 총 5개 구역으로 나눠 인파를 분산시켰고, 수시로 호루라기를 불면서 시민들의 이동을 살폈다. 이날 광장에는 경찰관 41명과 기동대 등 총 730명의 경력이 배치됐다.
주최 측도 인파가 분산되도록 광장 맨 앞 본무대 외에도 약 100m 간격으로 300인치 스크린 2개를 추가 설치했다. 응원 구역 또한 펜스를 이용해 총 5곳으로 나눴으며 한 구역당 최대 100명의 인원만 수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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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