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날씨가 벌써 쌀쌀해졌지만 여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10월부터 2월까지가 관광 성수기다. 왜냐하면 20도 안팎의 적당한 날씨와 선선한 바람이 어우러지면서 우리나라의 늦봄에서 초여름 날씨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름시즌에는 운영하지 않는 여러 가지 액티비티와 시설을 이때 오픈하기도 하는데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도 그중 하나다.

◆글로벌 빌리지에 가 볼까
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글로벌 빌리지는 전 세계를 축소해놓은 파크다. 나라별 볼거리와 전시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10월부터 4월까지만 오픈한다. 이번 시즌에는 지난 10월 25일부터 운영을 개시했으며 내년 3월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해마다 전 세계 500만명 정도가 방문하며, 놀이기구, 음식, 야간 문화 예술 공연 그리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안에 들어가보면 볼거리 먹거리가 꽤 있다. 총 37개의 전시관이 있으며 65개국의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한다. 예를 들어 예멘에서 생산된 달콤한 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정교한 카펫, 아프리카의 나무 솥, 모로코의 아르간 오일, 글씨를 새겨주는 스페인산 목걸이, 태국의 건과일 등을 안에서 구경할 수 있다.
돈으로 만든 인공적인 곳이라 단조롭고 재미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 있어 손쉽게 다녀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그래도 세계 여러나라의 건축물을 한 자라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커다란 공원으로 인한 휴식시설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지 입장료는 약 20디르함(약 7000원)이며, 오픈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저녁 늦게까지다. 택시나 우버를 타면 손쉽게 갈 수 있으며 버스들도 다 들르는 곳이니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다. △102번(Rashidia Metro Station) △103번(Union Metro Station) △104번(Al Ghubaiba Station) △106번(Mall of the Emirates Metro Station) 등이 두바이에서 갈 수 있는 버스다.

◆팬케이크를 먹으러 가다
한국인 필자와 스웨덴인 한 명, 인도인 한 명 이렇게 남자 세 명이 의기투합해 지난주 이곳을 다녀왔다. 가게 된 계기가 조금 웃긴데, 서로 그냥 일상 얘기를 하던 중 스웨덴 친구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팬케이크를 여기 안에서만 판매하는데 그 맛을 계속 잊지 못한다나 뭐라나. ‘뭐 얼마나 맛있길래?’ 이러고 있다가 “말 나온 김에 가보자!” 해서 갑자기 다녀오게 됐다.

글로벌 빌리지의 첫인상은 광활한 주차장이었다. 글로벌 빌리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공간이 전부 노상 주차장인데 저녁 8시쯤 도착했을 때 이곳에 차들이 이미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겨우겨우 한쪽 구석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로 가 티켓을 구매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우리 일행을 먼저 맞이했다. 생각보다 그 퀄리티가 괜찮(?)아서 ‘오 제법인데’ 생각하던 와중 녹지가 펼쳐진 가운데 그 공간을 각 나라 전시관들이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글로벌 빌리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나라별 이름이 전시관 앞에 크게 써져 있는 그 모습이 신기하다.

사람들이 정말 엄청 많았다. 두바이에서 할 일 없는 사람들 여기에 다 모였나 싶었을 정도로 그 큰 빌리지가 거의 꽉 찼을 정도였다. 인종도 가지각색이라 정말 세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인 이곳이 그래서 여기가 ‘글로벌 빌리지’인가 싶다.
앞으로 더 들어가니 정성스럽게 가꾼 내부 공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옆에는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커플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곳에서 만큼은 피로를 잊고 나들이에 나선 제3세계 노동자들도 보였다.
▲ 전세계 길거리 음식들이 총집합
배도 출출하고 해서 우선 먹는 것을 해결하기로 했다. 국가별 음식을 콘셉트로 하고 있는 가게들 수십 개가 펼쳐져 있어 참으로 고르기가 힘들었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것도 맛나 보이는데 위는 하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최종적으로 스웨덴 친구와 인도인 친구의 선택은 가장 만만한 샌드위치와 햄버거였고, 필자는 뭔가 특이한 걸 먹고 싶은 욕망에 이집트 음식인 ‘쿠샤리(Kushari)’를 골랐는데 맛은 흠…경험했다는 데 의의를 두련다.

그리고 나서는 무언가 배가 아직 다 차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시 옆에 태국 음식점으로 가서 팟타이를 주문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에게 중동음식은 아직 진입장벽이 조금 있나보다. 팟타이는 달콤새콤한 익숙한 그 맛이었고, 쿠샤리로 약간은 당황한 내 입맛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었다.
길거리 음식을 먹고 나서 나라별 전시관을 구경하던 와중 미국관, 인도관, UAE관 등을 지나 드디어 한국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 들어가니 한국 공간에서 한국 화장품과 인기 그룹 BTS 브로마이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점원들은 어떻게 한국인인 것을 아는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부른다. 너무나 익숙한 것과의 조합이라 그런지 감흥은 별로 없었다.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자 하이라이트 그리고 스웨덴 친구의 로망을 실현시켜 줄 태국 팬케이크 집은 한국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름은 ‘로티 팩토리’, 이미 여러 번 와본 솜씨인 듯 능숙하게 주문을 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누텔라 소스가 들어간 팬케이크와 계란이 들어간 팬케이크로 주문을 했다. “맛 어때?” “괜찮은데? 넌 여기 와서 좋아?” “어 나 진짜 행복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어느덧 두바이의 밤이 깊어간다.

생각해보면 작년에 세계박람회(엑스포)가 두바이에서 성황리에 개최됐었는데, 두바이 엑스포가 끝나도 이렇게 세계 박람회를 줄여놓은 듯한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더 행복하다. 물론 퀄리티에 있어 세계박람회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러한 공간과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종합적으로 소소하게 즐기기에 좋은 공간인 듯하다. 필자는 보지는 못했지만 매일 저녁 월드 컬처 스테이지(World Culture Stage)에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마술과 음악, 코미디가 어우러진 콘서트도 선보인다고 하니깐 시간이 되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하다. 여러 레스토랑, 카페와 스트리트 푸드 판매대에서 계 각국의 음식을 맛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다음에도 또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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