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 같아요. 보금자리를 빼앗긴 느낌이라 시위가 열릴 때마다 많이 울었어요.”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7)는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뒤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 집 앞에서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회와 시위가 열려서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600m가량 떨어진 김씨의 집 앞에서는 날마다 수백에서 수천명의 인원이 운집해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시위를 연다.
김씨는 지난해 말 독립을 하면서 용산구로 이사 왔다. 번화가와 거리가 있는 조용한 동네여서였다. 그러나 집 앞에서 시위가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위가 열리면 창을 닫고 이중 커튼을 치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끼지만 소음을 막을 수는 없다. 김씨는 “매일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이명이 들리고 불안장애가 심해졌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집회가 이어지며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주거지 앞에서 열리는 집회 탓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음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경찰과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는 탓에 교통도 마비된다. 시위가 끝나는 시간이면 텅 빈 거리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남겨진다.
용산구에 10년째 거주하는 전모씨(33)의 반응도 비슷했다. 전씨는 “집에서 문을 열어두면 TV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다”며 “평일 시위는 퇴근 시간이 있으니 오후 5시쯤 끝나는데 주말에는 저녁 8시가 되도록 소음에 시달린다. 경찰에 신고하고 다산콜센터에 전화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삼각지역 인근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전씨는 지난 7월 사무실을 옮겼다. 해당 사무실은 4개월이 지난 이날까지 공실 상태다. 전씨는 “사람들이 세 번 정도 계약하러 왔었는데 시위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며 “그 주변 상가도 다 매물로 나온 상태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도로에서 ‘신자유연대’ 주최로 촛불행동 14차 촛불대행진의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어린아이를 둔 주민들은 교육 환경을 걱정하게 됐다.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40)는 “아이들이 삼각지역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하교할 때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가 무섭다고 한다”며 “‘엄마, 사형이 뭐야? 퇴진이 뭐야?’라고 물을 때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당혹스럽고 한편으로는 화도 난다”고 밝혔다.
경찰과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하거나 행진하는 탓에 교통 불편도 상당하다. 김씨(27)는 “평소에 출근할 때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시위를 할 때는 택시가 콜을 받지 않고 버스도 우회 운행한다”며 “집에서 20분 이상 걸어서 숙대입구역까지 가고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민원을 넣지만 시위를 막을 방법은 없다. 집회 주최 측이 소음 기준을 어겨도 곧바로 해산시킬 수 없는 데다 주거 지역에서 집회를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이에 더해 집회 소음 기준이 주간 75dB(데시벨), 야간 65dB로 일반 주거지역의 낮 시간대 소음 기준(50dB)을 크게 웃돌아 체감 소음이 커도 항의할 방법이 없다.
여야는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 집무 공간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합의했다. 용산 대통령실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한 집회·시위를 막으려는 의도다.
용산구 주민들은 주거지 인근에서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용산구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 시위 피해 대책위원회 측은 “주거지 인근에서 교통 체증을 유발할 수 있는 도로 점거를 제한하고 저녁 8시 전에 집회를 해산하는 개정안이 필요하다”며 “집회 소음 기준을 낮추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반복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단체 주최로 열린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집회 참석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출발해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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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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