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에게 중요하지 않은 날은 없다. 365일 집중해야 한다.”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이 선수들에게 추상같은 영을 내렸다. 프로야구에서 12월과 1월은 비활동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구단이 훈련을 강제할 수 없다. 선수들 스스로 훈련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막 팀을 맡은 수장 입장에서 이 시기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이 감독 역시도 이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로 선수에게 중요하지 않은 날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감독은 현재 모든 포지션이 백지상태라고 했다.
양의지가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지명 타자 자리도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도 어느 포지션에 쓸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어떤 포지션도 주전이 확정된 자리는 없다. 스프링캠프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 준비를 많이 해 와야 할 것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모든 그림을 그리겠다. 그러기 위해선 비 활동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대단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실제로 대부분 포지션에 주전을 정해두지 않았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스프링캠프서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감독으로 마무리 캠프서 잠시 선수들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 중에서도 경기를 제법 뛴 선수들의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하지 못했다.
아직 팀의 전체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스프링캠프 이후로 미루고 있는 이유다.
이승엽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선 비 활동 기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 기간에 다른 선수들보다 준비가 잘 돼 있으면 이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다.
일단 기회를 주면 성과가 나올 때 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기회를 놓친 선수들에게는 찬스가 좀처럼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이 “프로 선수라면 365일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감독은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는 유형의 지도자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수들의 우열을 가리겠다고 선언했고 여기서 경쟁을 이긴 선수를 쓰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산은 포지션의 절반 정도에 물음표가 남아 있다. 몇몇 선수들이 이 감독의 입을 통해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그 선수들도 아직 주전이 됐다고 장담할 수 없다. 스프링 캠프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평가해 포수 양의지 좌익수 김재환 3루수 허경민 정도만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경쟁을 통해 가려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두산 선수들이 연말연시의 뜰뜬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유다.
현역 때 좌우명이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였던 이승엽 감독이다. 누가 준비를 잘해 왔고 누가 시간을 낭비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서 한 번 눈 밖에 나면 다시 만회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부드러운 속에 강한 칼날을 숨기고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두산 선수들은 더욱 성실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감독은 분명 선수들에게 “매일이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에 답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먼저 주전의 자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 속에 감춰져 있는 이 감독의 독기를 절대 만만히 봐선 안 된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