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앞으로 6개월간 여행 플러스 CP (콘텐츠 프로바이더)로서 세계여행에 대한 주제로 여행기를 연재하게 된 Kimi입니다. 18년 전 유럽으로 첫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후, 그동안 저는 쉬지 않고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하였습니다.

여행 경비를 아껴가며 도미토리에서 자는 백패커 스타일의 여행, 유럽 자동차 여행,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보트에서 먹고 자는 리브어보드(Liveaboard) 여행, 유럽 캠핑카 여행.. 혼자 하는 여행, 패키지여행, 친구와 떠난 여행, 가족들과 함께 한 여행, 단기 여행, 1년 이상의 장기 여행..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께 세계여행에 대해 연재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가장 먼저 제 머릿속에 떠오른, 저와 엄마의 여행 이야기를 이번 기회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년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 물가 상승 등 부정적인 소식들을 대중 매체에서 자주 접하고 있는 것 같아, 잠시 제 글을 읽는 시간만이라도 밖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은 잊으시고, 가장 사적이면서도 따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딸과 엄마의 여행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여러 여행 블로그를 둘러보아도 부부 여행기는 많은데, 부모님과의 여행기를 쓰신 분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저는 만 20살 유럽으로 첫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시간과 기회가 되면 끊임없이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지금만큼 대중적인 취미 활동이 아니라, 틈만 나면 방랑하는 저를 보고 가족들, 특히 엄마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때,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나요. “한국에도 볼거리가 많은데, 왜 자꾸 외국으로 돌아다니니”라고 하셨던 말씀.
이 넓은 지구에는 눈으로 보고, 피부로 접촉하고, 가슴으로 느껴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외국에 한 번도 안 가보신 엄마에게 직접 체험시켜 드리고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한국 밖의 세상을 한 번도 못 보신 채, 언젠가 연세가 지긋해지셔서 생을 마감하는 날이 오시면, 제가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해외여행에 관심이 없으셨던 엄마를 설득하여, 2012년 엄마와 단둘이서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저도 엄마도 둘 다 참 끈질기지 않나요?

엄마를 힘들게 설득하였기에 아주 멋진 곳으로 모시고 가고 싶었어요. 첫 해외여행이니 거리가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이 좋겠다고 생각하였고,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문화가 비슷한 편이니, 동남아시아 여행이 한국과의 거리가 적당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음식, 기후, 언어 등을 텔레비전이 아닌 엄마가 직접 경험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동남아에서도 어디가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였고, 2009년 혼자 4개월 동안 떠났던 동남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필리핀 팔라완이 생각났어요. 개인적으로 화려한 관광지보다는, 개발이 덜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거든요. 2009년의 필리핀의 코론과 팔라완은 배낭여행자들이 많은 여행지여서, 커다란 호텔보다는 바닷가에 간단하게 지어진 오두막 숙소가 있는 그런 장소였어요.
여행 목적지는 엄마에게 비행기 타기 전까지 비밀이었죠. 과연 10년 전 엄마와의 첫 여행은 어땠을까요?

필리핀에 도착한지 이틀 만에 침대에 누워서 다시는 엄마와 여행을 하지 않을 거라고 울면서 일기장에 일기를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와 해외여행 절대 안 할 거라는 20대 후반의 딸, 첫 해외여행 온 지 이틀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화내시던 50대 중반의 엄마.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엄마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2년 9월 떠났던 10일간의 필리핀 여행을 마치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1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40대와 60대가 된 모녀는 그동안 단둘이 11개국을 함께 여행하였고, 지금은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척 알기 때문에, 여행 시에도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여행 메이트가 되었답니다.

저는 이 과정이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야심 찼던 ‘엄마를 모시고 해외여행 떠나기’ 프로젝트가 대실패로 돌아가면서, 그 당시 엄마에게 섭섭하고 원망스러웠던 감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이기심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첫 해외여행지를 선택할 시 엄마의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 취향대로 골랐으며, 여행 일정도 엄마가 어떤 걸 원할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한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계획을 짰어요. 물론 20대인 저와 50대인 엄마의 체력이 다르다는 것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고요.

엄마와 첫 여행을 떠났던 당시, 그동안 엄마와 쭉 함께 살았기 때문에 엄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더라고요. 엄마와 한 지붕 아래 살았어도, 각자 생활이 있었고,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작 함께 붙어 있고 무언가를 같이 해본 적이 없었어요. 엄마와 함께 첫 여행을 했던 단 10일 동안 엄마에 대해서, 지난 28년간 함께 살았었을 때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어떤 것을 보면 즐거워하는지, 엄마가 기분 좋을 땐 어떤 표정을 지으시는지, 새로운 것을 보면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두려워하는지, 처음 보는 음식도 과감히 드셔보는 모험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은 꺼리시는지, 여행 취향은 산을 좋아하는지 바다를 좋아하는지,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원하시는지 정적이고 고요한 걸 좋아하는지..

10일간 함께 하며, 매 순간마다 새로운 엄마를 발견하였어요. 사실 새로운 엄마가 아니라, 그동안 제가 함께 살면서도 엄마에 대해 몰랐었던 면들을 보게 된 거죠.
여행을 다녀와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엄마도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었고, 나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이라고 생각해 왔었어요. 이기적이고 커다란 착각이었던 거죠. 엄마도 취향이라는 게 있고, 원하시는 게 있었던 거예요.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마주치게 되니 사람은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그때 그 사람의 내면의 모습을 더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엄마도 저와 첫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많이 달라졌어요. 엄마가 첫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사실 기회만 되면 집 밖으로 나가는 하나뿐인 딸을 이해하지 못하였어요. 첫 여행을 다녀오신 후, 새로운 문화와 환경, 우리와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서, 한국 밖의 세계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게 되셨고, 이제는 엄마와 저의 대화 주제의 90%는 여행 이야기가 될 정도로 엄마도 여행에 관심이 아주 많아지셨어요.
저는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현지에서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는 터라, 엄마는 저 덕분에 랜선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좋아하세요. 세계여행을 다니는 딸을 두신 엄마답게,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들도 이름을 말하면 어디에 위치하는지, 수도는 어디인지 척척 말씀하세요.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프로그램은 “세계테마여행”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이고요.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정작 부모님과는 취향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 과연 별 탈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망설이시는 분들, 또는 혼자서나 친구들과는 여행을 떠나 보았으나 정작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신 분들, 저처럼 이미 엄마나 아빠, 또는 딸이나 아들이 최고의 여행 메이트가 되어 여행을 주기적으로 떠나시는 분들과 저희 모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공감대도 형성하고 여행 팁도 나누고 싶어요.
10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는 최고의 여행 친구가 된 저희 모녀 이야기를 6개월 동안 연재하며, 특히 아직 용기가 없어서 또는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족과 여행을 마음에는 두고 있었지만 정작 실천하지 못한 분들에게 ‘그래 한번 엄마, 아빠, 내 딸 혹은 내 아들과 떠나 볼까?’라는 생각의 동기부여를 드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부모님과 자식 간의 여행이 쉽지 않을 거예요. 그동안의 엄마와 여행을 쭉 돌아보니, 경험상 가족끼리는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가족이니깐 남들에게 하는 만큼의 배려와 이해를 덜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저희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소소한 팁도 공유하고 싶고, 여행이라는 것이 항상 즐거운 에피소드의 연속이 아닌, 의견 충돌이나 실수가 생길 수도 있고, 이런 것들도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 그 당시는 힘들었던 일들까지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더라고요. 여행을 하면서, 엄마와 저의 관계가 훨씬 가까워졌고, 그로 인해 평소에도 서로 많이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여행이 준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요?
그럼 2주 뒤, 실패 투성이었던 저희 모녀의 첫 해외여행 이야기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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