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상업 용지 위치선택권 약속…LH, 분양과정서 ‘모르쇠’

법원, 이주민 183명 피해액 219억여원 산정

평택 대추리
평택 대추리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정부가 평택 미군기지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상업 용지 우선 선택권을 주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가 수백억원을 배상할 처지에 놓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김모 씨 등 이주민 183명이 LH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1심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LH와 정부가 공동으로 한 사람당 1억1천만원∼1억2천만원씩, 총 219억4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12월부터 발생한 지연손해금을 합치면 배상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씨 등은 평택시 대추리·도두리에서 농사 등을 짓다 미군기지가 평택에 재배치됨에 따라 땅이나 시설의 소유권을 내놓은 이들이다.

국방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미군이전평택지원법)’에 따라 2005년 이주민들을 위한 생활 대책을 수립했다.

이 대책 중에는 ‘협의에 따라 땅 등을 양도한 이들에게는 평택의 도시개발지역 중 상업 용지 8평을 공급하고, 위치 선택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 대책에 따른 도시개발·공급 등 업무를 위탁받은 LH는 2016∼2017년 분양 과정에서 김씨 등의 위치 선택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다른 원주민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주민 대부분은 약속과 다르다며 분양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사이 이른바 ‘알짜 땅’은 다른 이들에게 분양됐다.

주민들은 “위치 선택 우선권을 인정하라”며 행정 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나아가 주민들은 약속을 어긴 데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2019년 11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주민들의 위치 선택 우선권을 인정했다. 이에 “LH가 원고들의 권리를 침해했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LH)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은 분양 당시 법원시가감정액과 공급예정가의 차이, 해당 부지의 토지 임대료 등을 고려해 산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도시개발 구역에서 이주민들이 수분양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위치 선택 우선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만 인정했다.

water@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2/12/04 11:47 송고

황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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