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 김혜수의 둘째 아들 성남대군 역
“날카로우면서도 슬퍼 보이는 눈빛 덕분에 캐스팅”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성남대군을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로 묘사하는 게 중요했어요. 일차원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어서 어려웠죠.”
tvN 드라마 ‘슈룹’ 종영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문상민은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도 ‘마초남’, ‘짐승남’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걷는 자세, 앉아 있는 자세 등 사소한 부분에도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극 중 문상민은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둘째 아들 성남대군 역을 맡았다. 궁 안에서 애지중지 귀하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다른 왕자들과 달리 궁 밖 서촌에서 백성들의 삶을 겪으며 자랐기에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문상민은 “처음 오디션을 볼 때는 왕자 배역을 다 열어 두고 봤는데 감독님이 제게 성남대군 역할이 어울린다며 캐스팅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성남대군은 양면성이 있는 캐릭터인데 감독님께서 제 눈빛이 날카로우면서도 슬퍼 보인다고, 성남대군을 잘 표현해낼 것 같았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데뷔 4년 만에 운 좋게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이기에 혼신을 다해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문상민은 “붓을 잡는 법, 서책을 넘기는 법 등 사소한 디테일에 신경 썼고, 대본에 나오는 한자도 미리 익혀서 갔다”고 했다.
이어 “성남대군은 말도 잘 타고 무술에도 능해 촬영 9개월 동안 쉬는 날에는 액션 스쿨을 찾았다”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외에 모든 액션은 직접 소화했다”며 웃었다.

홀로 궁 밖에서 키워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넓은 궁에 내던져진 성남대군은 몸을 잘 쓰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사실 서책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나 영특함을 드러내면 세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걸로 간주하겠다는 대비의 서늘한 협박에 조용히 본분만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궁 안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줬던 세자가 갑작스럽게 의문의 죽임을 당하자 성남대군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본인이 형의 뒤를 이어 세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문상민은 “초반에 성남대군은 다소 감정적이지만, 세자가 돼가는 과정에서 더 강인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어머니와의 관계도 더 돈독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왜 혼자 궁 밖에서 자라야 했는지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해 답답한 마음은 있지만 한 번도 어머니를 미워한 적은 없다”며 “크면서 어머니가 대군들을 지키려는 마음을 느꼈기 때문에 어머니가 저를 이유 없이 떼어놓지는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들들을 무엇보다 아끼는 중전 화령은 어릴 적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성남대군을 낳자마자 품에서 빼앗긴다. 한참이 지난 후에 화령은 성남대군을 앞에 앉히고 “엄마라 해서, 어른이라 해서 항상 맞는 것은 아니야”라며 아들을 살리기 위해 홀로 떼어놓았던 선택에 대해 사과한다.
문상민은 이 대사가 특히 가슴을 울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른이 될수록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어머니가 그렇게 사과하는 게 멋있었고, 당시 어머니에게 얼마나 힘든 선택이었을지 짐작이 가서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수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다”며 “자연스레 앞에 계신 선배님의 눈빛이나 시선 처리를 따라 하게 됐는데 성남대군의 눈빛에서 화령의 눈빛이 보인다는 시청자 반응을 접하고 너무 기분 좋았다”고 했다.
“세자였던 형이 죽고 나서 혜수 선배님이 오열하시는 장면을 집에서 모니터링하다가 봤어요. 단순히 슬픈 감정을 넘어서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요.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집에 있는데도 순식간에 성남대군으로 몰입해버린 거예요. 배우로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고 소름이 쫙 돋았어요.”
키가 190cm에 달하는 문상민은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패션모델과 출신이다.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에서 막내 형사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연기 수업에서 처음 연기를 접하고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 재미를 느껴 배우로 전향했다”며 “아직 연기를 많이 안 해봐서 무슨 배역이든 다 도전해보고 싶지만, 로맨틱코미디에서 연하남 캐릭터가 가장 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2/12/05 08:00 송고
오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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