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전 0-9, 0-7 악몽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한 하루, 그러나 김승규가 있어 지울 수 있었다.
한국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로 대패했다. 체급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하루였고 또 골키퍼 김승규에게 고마운 하루이기도 했다.
한국 수비진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네이마르, 하피냐, 히샤를리송으로 구성된 브라질 공격진에 전반 내내 두들겨 맞았다. 좌우 측면은 쉴 새 없이 무너졌고 김민재가 버틴 중앙 수비도 브라질의 삼바 군단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브라질의 파상공세에 전반 36분 동안 무려 4실점했다. 한국은 1954 스위스월드컵 튀르키예전 이후 68년 만에 전반 4실점하면서 과거의 치욕이었던 0-9, 0-7 패배 아픔을 다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반 막판 브라질의 공격을 김승규가 육탄 방어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전반 추가시간 브라질 루카스 파케타와 히샤를리송의 연속 슈팅을 선방하면서 자칫 0-6이 될 뻔한 위기를 막아냈다.
후반 초반에는 하피냐의 집요한 오른쪽 측면 돌파 후 왼발, 그리고 오른발 슈팅을 모두 세이브했다. 포백 라인 붕괴에도 한국이 실점하지 않은 이유다.
이후에도 김승규가 버틴 한국은 브라질의 소나기 슈팅을 막아내며 오히려 반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백승호의 득점으로 무득점 패배를 피했다.
「CBS스포츠」는 “김승규가 아니었다면 1-6, 1-7이 될 수 있었다. 5번의 선방을 보여줬고 몇 번의 슈팅은 박스 안에서 나왔다. 4실점이 좋지는 않겠지만 수비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용감한 플레이”라고 극찬했다.
24년 전 19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의 김병지와 같았던 김승규. 수비진 붕괴로 대량 실점했다는 것, 그럼에도 최고의 선방을 보여주며 오래 전 치욕을 피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만약 김승규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16강의 기쁨을 길게 누리지도 못한 채 어이없는 대패를 당했을 것이다. 4실점보다 아름다웠던 5번의 세이브가 있었기에 한국은 브라질에 ‘4점’만 허용할 수 있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