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개 농장에서 구조된 ‘콩쥐’와 ‘팥쥐’의 모습. (독자 제공)

추운 날씨는 사람에게만 가혹하지 않다. 겨울은 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에게도 혹독한 계절이다.

지난 7일 오전 찾은 서울 강동구 ‘천사의집’ 역시 치솟는 난방비와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자원봉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곳은 버림받은 노견·노묘를 보살피는 민간 보호시설이다. 

◇”팥쥐는 개 농장에서 구조했어요”…갖가지 아픔 가진 노견 노묘들의 쉼터

이날 오전 11시 도심 속에 위치한 보호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견들은 기다렸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곳곳에 흩어진 장난감과 밥그릇에 가득 찬 사료에서 봉사자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노견들은 사람을 경계하긴커녕 천천히 다가와 몸을 비비거나 머리를 들이밀었다. 정신없던 분위기는 오랫동안 봉사해온 전소영씨(31·여)의 손길에 금세 진정됐다.

전씨는 손을 뻗어 겨자색 옷을 입은 12살 ‘팥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아이는 개 농장에서 식용견으로 팔리기 한달 전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실히 겨울엔 추워서 그런지 봉사자가 줄었다”며 “아이들이 눈에 밟혀 이번주에만 2번 왔다”고 덧붙였다.

보호소에는 길거리에서 구조된 10살 막내 ‘은비’부터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버림받은 최고령견 19살 ‘누루’까지 갖가지 아픔을 가진 유기 동물 14마리가 생활하고 있었다.

보호소를 책임지는 김모씨(61·여)는 “여기 있는 아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됐다”며 “안락사가 임박하거나 학대당한 아이들을 한두 마리씩 구조하다 보니 벌써 18년 동안 400여 마리가 천사의집을 거쳐 갔다”고 설명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사의집’에서 콩쥐와 팥쥐에게 닭가슴살을 주고 있다. © 뉴스1 한병찬 기자

◇”제가 언제 쓰러질지 몰라요…마지막까지 보살피는 게 소원이에요”

노견·노묘들이 지친 몸을 쉬고 있는 천사의집 미래는 불투명하다. 김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몸이 불편해진 데다 코로나19 이후 자원봉사자도 줄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지내는 김씨는 “아이들에게 밥과 약을 주고 보호소의 온도를 조절하도록 봉사자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 봉사자가 2분의 1로 줄었다”며 “인력이 부족해서 네이버 카페에 봉사자들에게 매번 도와달라 한다”고 호소했다.

인상된 난방비도 부담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세운 보호소는 금방 기온이 떨어져 항상 온기를 공급해줘야 한다. 올해 도시가스와 지역 난방비는 전년동월대비 36%, 34% 상승하며 보호소의 부담은 더 커졌다. 김씨는 “한 달에 60만~70만원을 난방비로만 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추운 겨울에 봉사자가 감소해 걱정된다”며 “제가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나이 들고 아픈 견묘들이 편하게 있다 가는 게 소원이다”고 강조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사의집’을 거쳐간 유기견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는 모습. © 뉴스1 한병찬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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