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를 소파와 벽 사이에 끼워두고 괴롭히는 60대 돌보미. (JTBC)

말도 제대로 못 하는 14개월 아기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붓는 등 학대의 정황이 포착된 60대 돌보미가 “기억이 안 난다”며 뻔뻔한 행태를 보여 공분을 불렀다.

18일 JTBC에 따르면 서울 홍은동에 거주하는 A씨 부부는 지난해 6월부터 구청에 ‘공공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반년 동안의 기다림에도 도우미 배정이 되지 않아 돌봄 지원을 받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A씨는 결국 스스로 전단지를 뽑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했고, 60대 민간 돌보미 B씨를 만나게 됐다.

B씨는 부부에게 자신의 7년 도우미 경력을 어필하고, 자격증 두 개를 보여주며 “나를 만난 게 행운인 줄 알라”고 말했다. B씨는 항상 “나를 구한 건 복받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부부의 딸을 ‘복순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부부는 B씨가 딸에게 걸음마 연습도 시켜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막막하던 때 B씨를 만난 게 그의 말처럼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B씨가 온 후 아이는 달라졌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보면 떨어지지 않으려 했고, 심하게 보채거나 머리를 일부러 바닥에 쾅쾅 찧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  

부부는 B씨를 믿었기에 그 원인이 B씨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부부는 그저 “그때는 ‘(애가) 왜 이럴까’ 생각하면서 ‘어리광이 늘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CCTV 영상을 확인하게 된 부부는 무너져내렸다. B씨는 소파와 벽 사이에 아기를 끼워두고 “들어가 있어. 못 나오지?”, “어휴 XX년 참”, “그만해. 그만해. 이 X아”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또 CCTV 속에 보이는 B씨의 손길은 너무나도 거칠었다. B씨는 아이를 눕히거나 소파에 올려두거나 하며 마치 물건을 던지듯 아이를 험하게 다뤘다. 그는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였고, 목덜미를 잡고 입을 꼬집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기를 거칠게 다루며 수차례 폭언을 쏟아내는 돌보미. (JTBC)

취재진이 B씨를 만나 학대 행동에 대해 물었다. “폭언을 한 적 없냐”고 묻자 B씨는 당당하게 “그런 거 없다. ‘야!야!’ 하고 ‘이 X아’ 한 게 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CCTV에 찍혔을 거 아니냐”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B씨는 CCTV에 소리가 녹음됐다고는 생각지 못한 듯 보였다.

CCTV 음성을 들려주자 B씨는 “아니, 그게 녹음이 돼요? 말소리가 나왔어요?”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상에서 자신이 “너, 너네 엄마, 아빠 왔을 때 내가 이렇게 했다고 이르면 죽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본 B씨는 “어머 어머 그게 왜 나왔어. 그런 게 왜 있어”라며 말을 더듬었다.

영상을 확인한 B씨는 “진짜 ‘이 X아’ 밖에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애가 예뻐서 했는데 이건 내가 잘못했네”라며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아이가 예쁘다고 욕을 하진 않지 않냐”는 물음에 B씨는 증거가 있음에도 “욕을 하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잡아떼는 모습을 보였다.

B씨는 ‘기억이 안 난다’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14개월 아이는 잊을 수 없는 기억에 계속해서 스스로 머리를 찧는 행동을 하는 등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다.

A씨 부부는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A씨의 아내는 “몸에 나는 상처는 없어지지만 마음에 남은 상처는 더 오래간다고. 저는 제발 아이가 이 기억을 영원히 잊었으면 좋겠다”며 목멘 소리로 흐느꼈다.

서울경찰청은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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