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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요구해온 소성욱씨와 김용민씨. 2022.1.7/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동성 커플에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커플은 선고 직후 “차별과 혐오가 아닌 사랑이 이겼다”고 밝혔다.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의 본질적 다름을 지적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21일 소성욱씨(32)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2020년 11월23일 원고에 대한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면서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1심 판결을 취소했다.
◇법원 ‘평등의 원칙’ 적용…동성커플 “정부 과오 반성해야”
재판부는 소씨의 사실혼 관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평등의 원칙’에 기반해 성소수자의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를뿐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며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우리 민법은 혼인의 본질을 이성인 남녀간 결합으로 보고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혼인은 1남1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으로 본다”며 배우자 김용민씨(33)와 사실혼 관계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씨 커플이 법적 지위를 가지는 사실혼 관계는 아니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보공단이 피부양자 자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소씨는 판결 직후 “법원이 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며 “앞으로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씨는 “한국 사회의 수많은 성소수자가 어떤 불평등에 놓여 있었는지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알려지는 것 같아, 평등에 다가가는 것 같아 기쁘다”며 “정부가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평등을 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씨의 커플인 김용민씨(33)는 “동성 커플은 동성부부라는 이름으로 잃어버린 언어와 권리를 이루고 있는데 저희 소송도 그 일환”이라며 “결국 오늘 사법체계 안에서 인정받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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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21/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
이날 법원을 찾은 지지자 20여명은 ‘사랑’ ‘평등’ ‘가족’ ‘행복’ ‘돌봄’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환호했다. 한 외국인은 무지개색 플래카드를 들었다.
법률대리인 박한희 변호사는 “동성부부가 (이성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동거와 부양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한 점이 받아들여진 듯하다”며 “성별 이분법을 가지고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은 분명한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판결 직후 “아직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확인 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지만 대법원에 상고는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결혼 5년차 동성부부, 건보공단에 피부양 자격 인정 소송
결혼 5년차 동성커플인 소씨와 김씨는 2020년 2월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 해당하는지 건보공단에 문의했다.
공단은 가능하다고 답변했고 소씨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 시행규칙이 정한 부양요건에 부합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공단은 이들을 부부로 인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같은 해 10월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하고 보험료를 새로 부과했다.
두 사람은 2021년 2월 “동성부부는 실질적 혼인관계에 있음에도 동성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부양자 자격 무효화에 따른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우리 법이 말하는 사실혼이 남녀결합을 근본요소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해석할 근거가 없다”며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으며 이성과 동성의 결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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