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남편)이 한 번 눈이 돌아가면 살기가 느껴진다. 칼로 찔러 죽여 버리겠다는 말도 했다.”
배우자 등에 의한 폭력(성폭력 포함)을 견디다 못해 보호시설을 찾는 경기지역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다인 1실 사용’ 등 일부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경기도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실태 및 개선 방안’(연구책임 심선희 연구위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도내 보호시설은 총 17곳(가정폭력 13곳, 성폭력 4곳)이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86명이었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는 2020년 45명, 2021년 29명이었다.(12월 말 기준)
입소자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41~70% 이하 8곳, 40% 이하 6곳, 71% 이상 3곳이었다.(보호시설 위치 및 시설별 인원 비공개)
여성가족재단은 각 보호시설 종사자들로부터 소개 받은 이용자(5명)를 대상으로 폭력피해 경험과 보호시설 입소 경위에 대한 면접조사 내용을 연구보고서에서 소개했다.
A씨는 “(남편이) 계속 가격하고 또 하려고 하니까 시어머니가 말리긴 했지만 이 사람은 시어머니도 못 말린다”며 “이 사람이 한 번 눈이 돌아가면 살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몸을) 사렸다. 항상 칼로 찔러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는 과거의 폭력피해 경험을 전했다.
B씨의 경우 “추석이 지난 후 외식하고 나서 좀 작은 일로 인해 (저에 대한 남편의) 폭언과 폭행이 애들 앞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견디지 못해 용기를 내 경찰 신고를 처음으로 했다”며 “경찰 분들이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했고, ‘1336’(여성긴급전화)에 연결을 해주셨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로 왔다”고 입소 경위를 설명했다.
보호시설 입소 후 겪은 여러 불편함을 제기하는 경우와 이해한다는 엇갈리는 의견들도 나왔다.
C씨는 “일주일은 제 위치가 노출이 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외출을 못하게 했다. 보호시설의 규칙이 생각 외로 많이 빡빡하다”, D씨는 “솔직히 (다른 입소자와) 부딪히는 면도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데 싸움이 엄청 많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 엄마도 우리 아이들에게 안 줘도 되는 말을 하게 된다”는 애로를 토로했다.
반면 E씨는 “(일정기간) 휴대폰 사용 못하고, 카드도 안 되고 현금으로만 결제를 해야 하지만 이해는 한다. 실무자들도 규칙이 있어야만 통제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F씨는 “(방을) 셋이 쓰는 것도 서로 이제 양보해가면서 쓴다. 양보도 배우고, 질서도 배운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심선희 연구위원은 “보호시설은 피해자 보호와 지원의 중요한 한 부분인데 그 구조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자녀동반 입소가 적지 않고 장애인 입소 문의가 증가하는 만큼 기존 시설의 유형을 정비하고, 가족보호시설·장애인보호시설의 추가 지정 또는 확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1인 1실 요구가 점차 증가하는데 좀 더 개인생활을 보장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고, 퇴소 이후의 연계지원을 좀 더 다양화 해 퇴소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yh@news1.kr